'The World'는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인 .hack 시리즈의 주 무대가 되는 가상의 MMORPG이다. 작중 세계관에서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사회 현상급 게임으로 묘사되며, 천재 프로그래머 해럴드 휴익이 개발한 'Fragment'라는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이 게임은 서사시 '황혼의 비문'을 배경 설정으로 삼고 있으나, 그 실체는 해럴드 휴익이 자신의 죽은 연인의 인격을 재현할 궁극의 AI인 '아우라'를 탄생시키기 위해 구축한 거대한 시스템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인 'The World R:1'은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초기 버전에서는 시스템 관리용 AI인 '모르가나 모드 곤'이 아우라의 탄생을 저지하려 하면서 데이터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던 사용자가 현실에서 혼수상태에 빠지는 '미귀환자'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주인공 카이트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시스템 오류의 산물인 '데이터 드레인' 능력을 사용하여 모르가나의 사념체인 '팔상'과 대적하며 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미귀환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분투한다.
데이터 오염과 서버 화재로 인해 R:1의 서비스가 종료된 후, 이를 계승하여 출시된 버전이 'The World R:2'이다. R:2는 그래픽과 액션성이 강화되었으나 초기 버전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사라지고 PK(Player Kill)가 만연한 거친 환경으로 변모했다. 이 시기를 다루는 .hack//G.U. 시리즈에서는 전설적인 플레이어의 데이터를 계승한 하세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시스템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데이터 이상 변이체 'AIDA'와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비문사'들의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The World'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하나의 자율적인 디지털 생태계로 기능하며, 가상 현실과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을 탐구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시스템의 진화에 따라 R:X, Force:ERA 등 후속 버전이 등장하며 시리즈의 연대기를 이어간다. 이 가상 공간은 AI의 자아 형성, 네트워크 데이터가 현실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력, 가상 세계에서의 인간적 교감 등 현대 정보사회의 다양한 철학적 주제를 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