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 중신궈지)는 중국 최대의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이다. 2000년 대만 출신의 리처드 창(Richard Chang)에 의해 상하이에 설립되었으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세계적인 규모의 파운드리 업체로 성장하였다. 현재 상하이, 베이징, 톈진, 선전 등 중국 내 주요 거점에 다수의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기업은 중국 반도체 자급자족 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가전제품, 통신기기, 자동차용 반도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필요한 칩을 생산하며 중국 내수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초기 단계에서 대만과 미국의 기술을 흡수하며 발전하였으며, 0.35마이크로미터(μm) 공정에서 시작해 현재는 14나노미터(nm) 공정 양산 단계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SMIC는 선단 공정 기술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2019년 하반기부터 14nm 핀펫(FinFET) 공정 양산을 시작하였고, 이후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 기존의 심자외선(DUV) 장비를 활용한 다중 패터닝 기술로 7nm급 공정을 구현하는 등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선두 주자인 TSMC나 삼성전자와 비교했을 때, 최첨단 미세 공정의 수율과 초미세 회로 구현 능력에서는 여전히 기술적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0년 이후 SMIC는 미·중 무역 전쟁 및 기술 패권 경쟁의 영향으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상무부는 SMIC를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등재하여 미국산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공급을 차단했다. 특히 네덜란드 ASML로부터 도입하려던 EUV 노광 장비의 반입이 무산되면서, 5nm 이하의 초미세 공정으로 진입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SMIC는 최첨단 공정보다는 상대적으로 제재가 덜한 28nm 이상의 성숙 공정(Mature Process) 생산 능력을 대폭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외적인 제재에도 불구하고 SMIC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화웨이 등 제재를 받는 중국 IT 기업들의 주요 생산 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중국 반도체 공급망의 자립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SMIC의 향후 행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