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온(Garion)은 1998년에 결성된 대한민국의 2인조 힙합 그룹으로, 엠씨 메타(MC Meta, 본명 이재현)와 나찰(Nachal, 본명 최재웅)로 구성되어 있다. 팀명인 '가리온'은 몸 전체가 하얗고 갈기만 검은 전설 속의 말을 뜻하는 순우리말에서 유래했다. 이들은 한국 힙합의 태동기부터 활동하며 한국적 정서를 담은 가사와 독자적인 라임 체계를 구축하여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상징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가리온은 클럽 '마스터플랜(Master Plan)'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 힙합의 기틀을 다졌다. 특히 외래어와 영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한국어 가사만으로 수준 높은 랩을 구사하려 노력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초기 한국 힙합 씬이 미국 힙합의 문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던 시기에, 이들은 한국어의 고유한 운율과 문법을 연구하며 힙합의 현지화에 앞장섰다. 엠씨 메타의 철학적인 가사와 나찰의 묵직한 로우톤 랩은 가리온만의 독보적인 음악적 색채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2004년에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 《Garion》은 한국 힙합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팀의 멤버였던 프로듀서 제이유(Ju)가 참여한 이 앨범은 절제된 비트 위에 심오한 메시지를 담아내며 평단과 리스너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수록곡인 〈옛 이야기〉, 〈무투(武鬪)〉, 〈회상〉 등은 한국 힙합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 앨범을 통해 가리온은 장르의 장인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데뷔 이후 오랜 공백기를 거쳐 2010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Garion 2》는 가리온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 앨범은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최고의 힙합 음반', '최고의 힙합 노래' 부문을 수상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이는 힙합이라는 장르 음악이 대중음악계 전체에서 예술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가리온은 이 앨범을 통해 언더그라운드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음악적 완성도를 정점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리온은 한국 힙합 씬에서 '뿌리'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이들은 유행에 타협하지 않고 붐뱁(Boom Bap) 기반의 정통 힙합을 고수해 왔으며, 수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었다. 특히 엠씨 메타는 랩의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힙합의 문화적 자부심을 강조하며 씬의 질적 성장에 기여했다. 가리온은 한국어 랩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한국 힙합의 정체성을 정립한 개척자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