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김지훈

90년생 김지훈은 소설가 주원규가 집필하여 2019년에 출간한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후, 그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이자 대항 서사의 성격을 띠고 등장했다.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 1990년대에 태어난 남성들이 겪는 보편적인 경험과 그들이 마주한 구조적 모순을 문학적 형식을 통해 기록하고자 했다.

소설의 주인공 김지훈은 한국의 평범한 20대 남성을 대변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 체제 속에서 무한 경쟁을 강요받으며 성장한다. 이후 군 복무라는 의무를 수행하며 겪는 단절감과 제대 후 마주하는 극심한 취업난, 주거 불안정 등 청년 세대가 공통으로 겪는 경제적 고통이 김지훈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이 작품은 특히 현대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이 심화되는 시점에 발표되어 논쟁적인 위치에 놓였다. ‘82년생 김지영’이 여성의 독박 육아와 경력 단절, 일상적인 성차별을 다루었다면, ‘90년생 김지훈’은 남성에게 부과되는 전통적인 가장의 역할에 대한 부담과 역차별 논란, 그리고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청년 남성들의 소외감을 주요하게 다룬다. 작가는 이를 통해 특정 성별의 피해만을 강조하는 대신,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이 개인에게 주는 압박을 조명한다.

작품의 구성은 주인공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연대기적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통계 자료나 사회적 사건을 삽입하여 르포르타주와 같은 사실성을 부여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허구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실재하는 세대의 기록처럼 느끼게 하는 효과를 준다. 김지훈이 겪는 좌절과 냉소는 단순히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 아니라, 고착화된 계급 사회와 불투명한 미래라는 외부 환경에서 기인한 것임을 강조한다.

출간 당시 이 소설은 대중의 엇갈린 반응을 얻었다. 2030 남성 독자층에서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던 반면, 평단과 일부 독자들 사이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의 서사 구조를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모방했다는 비판이나 성급한 일반화라는 지적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생 김지훈’은 한국 문학 시장에서 남성 서사와 젠더 담론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