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일주'(2004)는 프랑스의 문호 쥘 베른이 쓴 동명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모험 코미디 영화다. 프랭크 코라치가 연출을 맡았으며, 월트 디즈니 픽처스가 배급하였다. 이 영화는 1956년에 제작되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동명의 영화와는 달리, 원작의 설정을 대폭 수정하여 성룡 특유의 코믹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스티브 쿠건이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 역을, 성룡이 그의 하인 파스파르투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간다.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영국 런던이다. 자신을 천재 발명가라고 믿는 괴짜 필리어스 포그는 왕립 과학 아카데미의 수장인 켈빈 경과 80일 안에 세계를 일주할 수 있는지에 대해 거액의 내기를 한다. 이때 런던 은행에서 옥불상을 훔쳐 달아나던 도둑 라우 싱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파스파르투라는 가명으로 포그의 하인이 되어 여정에 합류한다. 라우 싱의 진짜 목적은 고향 마을에서 탈취당한 불상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으로, 포그의 세계 일주 계획을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게 된다.
여정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예술가 모니크 라 루슈가 동행하며, 이들 삼인조는 터키, 인도, 중국, 미국을 거치는 험난한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는 원작의 전개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과 무술 액션에 비중을 둔다. 특히 중국 에피소드에서는 성룡의 무술 실력을 극대화한 액션 장면이 등장하며, 홍금보가 황비홍 역으로 특별 출연하여 성룡과 합을 맞추기도 한다. 또한 아놀드 슈워제네거, 로브 슈나이더, 오웬 윌슨, 루크 윌슨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카메오로 출연하여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작품은 1억 1천만 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었으나,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엇갈린 반응을 얻었다. 원작 소설의 분위기를 해쳤다는 비판과 지나치게 유아틱한 연출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북미와 세계 시장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족 단위 관객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19세기 시대상을 재해석한 시각적 효과와 발명품들의 디자인은 독창적이라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