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6년은 한국사에서 삼국 통일 전쟁이 실질적으로 마무리된 해이자 신라가 한반도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한 시기이다. 신라는 당나라와의 긴 전쟁 끝에 외세를 축출하고 대동강 이남의 영토를 확고히 다지며 통일 신라 시대를 열었다. 이 해는 한반도 내에서 당나라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쇠퇴하고 자주적인 주권을 확립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이 해의 가장 중요한 군사적 사건은 기벌포 전투이다. 금강 하구인 기벌포에서 신라 수군은 설인귀가 이끄는 당나라 함대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신라는 초반 교전에서 패배하였으나 이어진 20여 차례의 전투 끝에 당군 4,000여 명을 사살하며 승기를 잡았다. 매소성 전투에 이은 기벌포 전투의 승리는 당나라가 한반도 지배 야욕을 포기하고 군대를 철수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전쟁에서 패배한 당나라는 한반도 통치를 위해 평양에 설치했던 안동도호부를 요동의 신성으로 옮겼다. 또한 백제 유민을 다스리기 위해 설치했던 웅진도독부 역시 건무를 따라 한반도 밖으로 철수하였다. 이로써 당나라의 행정 및 군사 기구는 한반도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며, 신라는 명실상부한 한반도의 유일한 지배 세력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신라의 통일은 고구려의 옛 영토를 모두 회복하지 못하고 대동강에서 원산만을 잇는 선 이남에 머물렀다는 영토적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외부 세력의 간섭을 물리치고 이룩한 최초의 통합이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이후 신라는 전쟁의 혼란을 수습하고 강력한 중앙 집권 체제를 구축하며 화려한 불교 문화를 꽃피우는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동아시아 전체의 정세를 보았을 때, 676년 당나라는 서쪽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토번과의 전쟁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국제적 역관계의 변화는 신라가 당나라의 대규모 증원군을 막아내고 통일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였다. 같은 시기 일본에서는 천무 천황이 중앙 집권적 율령 국가의 기틀을 다지며 동아시아 각국이 새로운 국가 체제로 전환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