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년 전쟁

335년 전쟁(Three Hundred and Thirty Five Years' War)은 네덜란드와 영국 콘월주의 실리 제도(Isles of Scilly) 사이에서 발생한 선전포고 상태를 의미한다. 1651년부터 1986년까지 약 335년 동안 이어졌으나, 단 한 발의 총성도 오가지 않았고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전쟁'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전쟁은 실제 무력 충돌보다는 법적·외교적 절차의 누락으로 인해 장기간 지속된 특이한 역사적 사례에 해당한다.

전쟁의 발단은 17세기 영국의 내전인 청교도 혁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올리버 크롬웰이 이끄는 의회파와 국왕 찰스 1세를 지지하는 왕당파가 대립하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의회파를 지원하며 동맹 관계를 유지했으나, 왕당파 해군이 네덜란드 상선을 공격하여 피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네덜란드 해군의 마르턴 트롬프 제독은 왕당파의 마지막 거점이었던 실리 제도에 대해 1651년 3월 30일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선전포고가 이루어진 직후인 1651년 6월, 왕당파 군대가 의회파에 항복하면서 실리 제도는 의회파의 통제하에 들어갔다. 네덜란드 함대는 실리 제도를 공격할 명분이 사라지자 별다른 교전 없이 철수했다. 문제는 네덜란드가 영국 전체가 아닌 왕당파의 거점인 실리 제도라는 국지적 단위를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했다는 점이었다. 전쟁 상태를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평화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채 네덜란드군이 철수하면서 법적인 전쟁 상태는 잊힌 채로 수세기가 흐르게 되었다.

이 역사적 사실은 1985년 실리 제도 평의회 의장이자 역사학자인 로이 덩컨(Roy Duncan)이 런던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에 문의하면서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덩컨은 실리 제도가 여전히 네덜란드와 전쟁 중이라는 전설이 사실인지 확인을 요청했고, 네덜란드 대사관 측은 관련 서류를 검토한 끝에 실제로 전쟁 상태가 종결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양측은 불필요한 법적 상태를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1986년 4월 17일, 라인 하인 데이허(Rein Huydecoper) 네덜란드 대사가 실리 제도를 직접 방문하여 평화 조약에 서명함으로써 335년 만에 공식적인 종전이 선언되었다. 조약 서명 당시 데이허 대사는 "실리 제도의 주민들이 언제든 네덜란드의 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되어 기쁘다"라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이로써 인류 역사상 가장 긴 기간 지속된 무혈 전쟁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