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S7 피온(Pion)은 1970년대 소비에트 연방에서 개발된 203mm 초대구경 자주포이다. 러시아어로 '피온'은 작약꽃을 의미하며, 러시아 국방부(GRAU) 코드명은 2S7이다. 이 무기체계는 적의 종심 깊은 곳에 위치한 중요 지휘소, 통신 시설, 물자 집적소 등을 타격하고, 냉전 시기 전술핵탄두를 투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1975년부터 소련군에 실전 배치되었으며, 현존하는 궤도형 자주포 중 가장 거대한 구경을 자랑하는 무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핵심 무장인 203mm 2A44 구경장 55.3 선조포는 압도적인 파괴력과 긴 사거리를 갖추고 있다. 일반 고폭탄(HE) 사용 시 최대 약 37.5km의 사거리를 가지며, 로켓추진항력감소탄(RAP)을 사용할 경우 사거리는 최대 47km에서 55km까지 연장된다. 포탄 1발의 무게가 110kg을 초과하기 때문에 기계적인 장전 보조 장치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연사 속도는 분당 1.5발 수준으로 매우 느린 편이다. 사격 시 발생하는 엄청난 반동을 제어하기 위해 차체 후면에는 지면에 깊게 박아 차체를 고정하는 대형 스페이드(Spade)가 장착되어 있다.
차체는 T-80 주력전차의 서스펜션과 구동계 부품을 기반으로 자주포의 특성에 맞게 개조하여 제작되었다. 전체 중량은 46톤에 달하지만, 780마력의 V-46-1 디젤 엔진을 탑재하여 최고 시속 50km 수준의 기동력을 발휘한다. 거대한 포신과 포탄의 크기 때문에 자주포 차체 내부에 적재할 수 있는 예비 포탄의 수는 4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작전 시에는 반드시 탄약 보급 차량이 동행해야 하며, 차량 자체 탑승 인원 7명 외에도 탄약 보급 등 외부 지원 인력을 포함하면 1문을 온전히 운용하는 데 총 14명가량의 인원이 필요하다.
1983년에는 기존 피온의 성능을 대폭 개량한 2S7M '말카(Malka)'가 등장했다. 말카는 통신 및 사격통제장치가 현대화되었고, 엔진 출력이 840마력의 V-84B 엔진으로 교체되어 기동성과 신뢰성이 향상되었다. 차체 설계 개선을 통해 자체 포탄 적재량도 기존 4발에서 8발로 증가했다. 또한 장전 메커니즘을 개량하여 연사 속도를 분당 2.5발로 끌어올렸으며, 사격 준비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 대비 단축시켰다.
2S7 피온과 개량형인 말카는 개발 이후 여러 분쟁 지역에서 실전에 투입되었다.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비롯해 제1차, 제2차 체첸 전쟁과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 등에서 강력한 화력 지원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압도적인 파괴력과 긴 사거리를 바탕으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양측 모두에 의해 핵심적인 포병 전력으로 활발하게 운용되며 참호전과 요새화된 진지 파괴에 투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