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지구 멸망설은 고대 마야 문명의 달력 체계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현대 종말론이다. 마야인들이 사용했던 ‘장기 역법(Long Count calendar)’의 한 주기인 13박툰(약 5,125년)이 2012년 12월 21일경에 끝난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이날 지구가 종말을 맞이하거나 대대적인 천변지이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일부 종말론자들은 이 날짜를 단순한 주기의 끝이 아닌 인류 문명의 완전한 파멸로 해석하며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했다.
종말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로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되었다. 태양계 외곽에 존재한다는 가상의 행성 ‘니비루(Nibiru)’ 혹은 ‘행성 X’가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설이 대표적이었다. 이 외에도 지구 자기장의 갑작스러운 역전으로 인한 지각 변동, 거대한 태양 폭풍의 발생으로 인한 전력 및 통신망 마비, 은하계 행성들의 일렬 정렬로 인한 중력적 재앙 등이 멸망의 원인으로 거론되었다. 이러한 가설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공포를 증폭시켰다.
미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전 세계 주류 과학계는 이러한 멸망설을 일관되게 부정하며 과학적 사실을 전파하는 데 주력했다. 과학자들은 마야 달력의 끝은 현대의 달력이 12월 31일 이후 다시 1월 1일로 시작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주기의 시작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니비루와 같은 거대 행성이 실제로 지구로 접근하고 있다면 이미 전 세계 천문학자들에 의해 관측되었어야 하며, 지질학적 기록상 자기장 역전이 생명체의 대멸종을 초래한다는 증거도 없음을 명확히 밝히며 대중을 안심시켰다.
2012년 멸망설은 대중문화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2012'는 지각 변동과 거대 해일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고, 관련 음모론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사람들은 종말에 대비해 지하 방공호를 구축하거나 장기 보관이 가능한 비상식량을 비축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중적 불안감이 고대 문명의 신비주의와 결합하여 나타난 독특한 사회적 현상으로 평가받는다.
운명의 날로 지목되었던 2012년 12월 21일은 아무런 재앙 없이 평온하게 지나갔다. 이후 멸망설을 주장하던 이들은 날짜 계산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하거나, 물리적 멸망이 아닌 인류의 의식이 깨어나는 정신적 차원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라며 논리를 수정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012년 지구 멸망설은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허구적 공포가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대규모 문화적 현상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