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관하는 연례 피겨 스케이팅 대회로, 2004년 3월 22일부터 28일까지 독일 도르트문트의 베스트팔렌할레에서 개최되었다. 이 대회는 남자 싱글, 여자 싱글, 페어, 아이스 댄싱의 네 가지 종목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전 세계 각국의 최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하여 세계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당시 대회는 기존의 6.0 채점 방식이 국제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통용되던 시기 중 하나로, 신채점 방식(IJS)으로의 전환을 앞둔 시점이었다.
여자 싱글 부문에서는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가 금메달을 차지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아라카와 시즈카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연기를 선보이며 일본 여자 선수로는 이토 미도리 이후 15년 만에 세계선수권 우승을 달성했다. 은메달은 미국의 사샤 코헨에게 돌아갔으며, 전년도 챔피언이었던 미셸 콴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대회는 아시아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성장을 상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남자 싱글에서는 러시아의 예브게니 플루셴코가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플루셴코는 고난도의 점프와 뛰어난 표현력을 앞세워 자신의 세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은 프랑스의 브라이언 쥬베르가 차지했으며, 개최국 독일의 슈테판 린데만은 동메달을 획득하며 자국 관중들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다. 린데만의 메달은 독일 남자 피겨 선수로서 오랜만에 거둔 유의미한 성과였다.
페어와 아이스 댄싱 종목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페어 부문에서는 러시아의 타티아나 토트미아니나와 막심 마리닌 조가 정상에 올랐으며, 아이스 댄싱에서도 러시아의 타티아나 나브카와 로만 코스토마로프 조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네 개 종목 중 세 개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피겨 스케이팅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2004년 대회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이후 제기된 판정 공정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새로운 채점 시스템이 전면 시행되기 전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 중 하나라는 역사적 위치를 갖는다. 이후 세계 피겨 스케이팅계는 구성 점수와 기술 점수를 세분화하여 기록하는 현재의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하게 되었다. 또한, 이 대회는 기존 강호였던 미국과 유럽에 맞서 아시아권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점임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