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004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관하는 2003-2004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의 최종 결승 대회이다. 이 대회는 2003년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 위치한 월드 아레나에서 개최되었다. 해당 시즌의 그랑프리 시리즈 6개 대회를 통해 상위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출전하여 남자 싱글, 여자 싱글, 페어, 아이스 댄스 네 종목에서 최종 승자를 가렸다. 특히 이 대회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이후 도입된 새로운 채점 체계(New Judging System)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초기 시즌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기술적, 제도적 전환기적 성격을 띤다.
남자 싱글 부문에서는 캐나다의 이매뉴얼 산두가 예상을 뒤엎고 우승을 차지하며 대이변을 일으켰다. 당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러시아의 예브게니 플루셴코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으나, 프리 스케이팅에서 산두에게 추격을 허용하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산두는 우아한 표현력과 안정적인 연기를 앞세워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빛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동메달은 미국의 마이클 와이스가 차지했다. 이 대회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플루셴코가 패배했다는 점에서 세계 피겨 스케이팅계에 큰 화제가 되었다.
여자 싱글 부문에서는 일본의 스구리 후미에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구리는 정교한 기술과 예술적 깊이를 선보이며 미국의 사샤 코헨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사샤 코헨은 화려한 유연성과 스핀으로 주목받았으나 아쉽게 은메달을 획득했고, 동메달은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에게 돌아갔다. 특히 이 대회는 일본 여자 피겨의 강세를 확인시켜 주었으며, 사샤 코헨을 필두로 한 미국 선수들의 기술적 도약이 두드러진 무대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어 부문에서는 중국의 선쉐와 자오훙보 조가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들은 완벽한 호흡과 고난도의 기술적 요소를 결합해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입증했다. 러시아의 타티아나 토트미아니나와 막심 마리닌 조는 은메달을 차지했으며, 마리아 페트로바와 알렉세이 티호노프 조가 그 뒤를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페어 종목은 중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있었으나, 선쉐와 자오훙보 조의 기술적 완성도가 판정에서 우위를 점하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아이스 댄스 종목에서는 러시아의 타티아나 나브카와 로만 코스토마로프 조가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강자의 탄생을 알렸다. 이들은 세련된 프로그램 구성과 뛰어난 표현력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으며, 불가리아의 알베나 덴코바와 막심 스타비스키 조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동메달은 미국의 태니스 벨빈과 벤자민 아고스토 조가 차지하며 미국 아이스 댄스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03-2004 그랑프리 파이널은 전반적으로 채점 방식의 변화 속에서 기술적 정확성과 예술적 표현의 균형을 찾으려는 선수들의 노력이 돋보인 대회로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