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AD'는 1977년 2월 26일 창간된 영국의 SF 전문 주간 만화 잡지다. IPC 매거진스(IPC Magazines)에서 처음 발행되었으며, 켈빈 고스넬, 팻 밀스, 존 와그너 등의 편집자와 작가들에 의해 기획되었다. 잡지의 제목은 발행 당시 먼 미래로 여겨졌던 2000년대를 상징하며 지어졌으나, 실제 2000년이 지난 이후에도 그 명칭을 유지하며 현재까지 발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 잡지는 영국 만화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독특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날카로운 사회 풍자를 특징으로 한다.
이 잡지의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는 창간호 직후인 제2호부터 등장한 '저지 드레드(Judge Dredd)'다. 미래의 거대 도시 메가시티 원을 배경으로 법의 집행자이자 심판관인 드레드의 활약을 다루는 이 시리즈는 '2000 AD'의 상징이 되었다. 이 외에도 '스트론튬 독(Strontium Dog)', '로그 트루퍼(Rogue Trooper)', '슬레인(Sláine)', 'ABC 워리어즈(The ABC Warriors)' 등 수많은 인기 연재작을 배출했다. 이들 작품은 기존의 전형적인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반영웅적인 면모와 냉소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0 AD'는 독특한 편집 구성을 가지고 있다. 잡지의 편집장은 '타그 더 마이티(Tharg the Mighty)'라는 이름의 쿼크산 행성 출신 외계인이라는 설정으로 운영된다. 타그는 독자들을 '어슬렛(Earthlets)'이라 부르며, 잡지의 각 호를 '프로그(Prog)'라는 단위로 지칭한다. 이러한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편집 방식은 잡지에 개성을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작가들과 독자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독특한 장치로 작용했다. 잡지는 매주 5개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들을 연재하는 앤솔러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잡지는 세계 만화계의 거장들을 대거 배출한 인재 양성소의 역할도 수행했다. 앨런 무어, 닐 게이먼, 그랜트 모리슨, 가스 에니스와 같은 작가들과 브라이언 볼랜드, 데이브 기번스 등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이 초기 경력을 이곳에서 쌓았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미국 만화 시장으로 진출하여 소위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을 주도했으며, 현대 만화의 서사와 연출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따라서 '2000 AD'는 단순한 잡지를 넘어 현대 만화 산업의 근간을 이룬 중요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2000 AD'는 2000년 리벨리온 디벨롭먼츠(Rebellion Developments)에 인수되어 발행되고 있다. 만화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매체로 IP가 확장되었으며, 특히 '저지 드레드'는 두 차례 실사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창간된 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이 잡지는 여전히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혁신적인 SF 작품들을 선보이며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