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2

1872년은 19세기의 72번째 해로, 서기(그레고리력)를 기준으로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단기 4205년, 조선 고종 9년에 해당하며, 간지로는 임신년(壬申年)이다. 이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제국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근대화와 산업화가 가속화되던 시점이었으며, 특히 동아시아 3국은 서구 열강의 접근과 내부적 개혁 요구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의 격동기를 겪고 있었다.

조선에서는 고종의 친정 이전 흥선대원군의 섭정이 이어지던 시기로, 이 해 여름에 발생한 기록적인 자연재해가 역사에 남아 있다. 이를 '임신년 대홍수'라 부르는데, 유례없는 폭우로 인해 한양 도성의 성벽이 일부 무너지고 수많은 가옥이 침수되어 다수의 이재민과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홍수는 당시 흥선대원군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경복궁 중건 사업에 물리적 타격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흉흉해진 민심이 대원군의 하야를 촉발하는 간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의 개혁이 사회 전반에 구체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중요한 해였다. 1872년에는 일본 최초의 철도가 신바시와 요코하마 구간에서 개통되어 근대적 교통망의 시작을 알렸다. 또한 근대적 교육 법령인 '학제(學制)'가 공포되어 소학교 의무 교육의 기틀이 마련되었으며, 연말에는 기존의 태음태양력을 폐지하고 태양력을 도입한다는 조칙이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1872년 12월 3일이 1873년 1월 1일로 바뀌며 일본은 서구식 시간 체계에 편입되었다.

서양 및 세계사적으로도 1872년은 자연보호와 과학 탐사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난 해다. 미국에서는 율리시스 S. 그랜트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옐로스톤이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자연을 인간의 착취 대상이 아닌 보존의 대상으로 규정한 최초의 법적 조치로 평가받는다. 또한 영국에서는 근대 해양학의 시초가 된 챌린저호가 12월에 포츠머스항을 출항하여 4년에 걸친 해양 탐사를 시작했다. 한편, 대서양에서는 선원들이 모두 사라진 채 발견된 유령선 '메리 셀러스트호' 사건이 발생하여 해양 미스터리로 남기도 했다.

문화예술 분야, 특히 미술사에서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바꾼 작품이 탄생했다. 프랑스의 화가 클로드 모네가 고향 르아브르 항구의 안개 낀 아침 풍경을 묘사한 '인상, 해돋이(Impression, Sunrise)'를 제작한 해가 바로 1872년이다. 이 그림은 훗날 1874년 전시회에 출품되어 비평가 루이 르루아로부터 "벽지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들으며 '인상주의'라는 명칭의 유래가 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조 중 하나인 인상파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