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6년

1856년은 근대 세계사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사건들이 다수 발생한 해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1853년부터 시작된 크림 전쟁의 종결이다. 3월 30일 조인된 파리 조약으로 러시아 제국은 패배를 인정했고, 흑해의 중립화와 오스만 제국의 영토 보전이 결정되었다. 이 조약은 유럽의 세력 균형을 재편했으며, 러시아 제국 내부에서는 패전의 영향으로 대대적인 농노 해방과 근대화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계기가 되었다.

동아시아에서는 서구 열강의 침략과 외교적 마찰이 가속화되었다. 10월, 청나라 관리가 영국 국기를 게양했던 애로(Arrow)호를 수색하고 선원을 체포한 '애로호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빌미로 영국은 프랑스와 연합하여 제2차 아편전쟁을 일으켰으며, 이는 동양의 전통적인 질서가 무너지고 서구 중심의 국제 질서가 이식되는 과정을 심화시켰다. 한편 일본에서는 미국 사절 타운젠드 해리스가 부임하여 통상 조약 체결을 압박하는 등 개항을 둘러싼 파고가 높아지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노예제 존폐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극에 달하며 남북 전쟁의 전조가 뚜렷해지던 시기였다. 11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제임스 뷰캐넌이 당선되었으나, 노예제 반대를 기치로 내건 신생 공화당이 존 C. 프레몽을 후보로 내세워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며 기존 정당 체제에 균열을 일으켰다. 또한 캔자스주에서는 노예제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의 유혈 충돌인 '피 흘리는 캔자스' 사건이 지속되며 국가적 분열이 심화되었다.

과학 기술과 문화 분야에서는 인류 역사에 남을 혁신과 발견이 잇따랐다.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퍼킨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최초의 인공 합성 염료인 모브(mauveine)를 발명하여 화학 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독일의 네안데르 계곡에서는 인류의 진화 과정을 밝혀줄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처음으로 발견되어 인류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전기공학의 선구자인 니콜라 테슬라가 이 해에 탄생했다.

조선 왕조에서는 철종 7년에 해당하는 해로, 안동 김씨를 중심으로 한 세도 정치가 절정에 달해 있었다.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된 가운데 삼정의 문란으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이 심화되었으며, 이는 훗날 발생할 대규모 농민 봉기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 모순이 축적되던 시기였다. 또한 이양선의 출몰이 빈번해지면서 서구 열강의 접근에 대한 경계심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