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3년은 서기 17세기의 중반에 해당하는 해로, 전 세계적으로 절대왕정의 강화와 식민지 확장, 그리고 과학적 사고의 진전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동아시아에서는 청나라가 명나라를 멸망시킨 후 중원 지배를 공고히 하고 있었으며, 조선은 병자호란의 상흔을 씻고 전후 복구와 국방 강화에 주력하던 시기였다. 유럽에서는 영국 내전 이후의 정치적 혼란이 수습되며 새로운 통치 체제가 들어서는 등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조선 왕조에서는 효종 4년에 해당하는 해로, 한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대외 접촉 사건이 발생하였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의 상선 스페르베르호가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폭풍을 만나 제주도 인근 해안에서 난파되었다. 이때 선원 헨드릭 하멜을 포함한 36명의 생존자가 제주도에 표착하였다. 이들은 조선 정부에 의해 억류되어 서울과 지방을 전전하며 13년 동안 생활하게 되었으며, 훗날 탈출한 하멜이 저술한 '하멜 표류기'는 서구 사회에 조선의 존재와 실태를 구체적으로 알리는 최초의 기록이 되었다.
영국에서는 올리버 크롬웰의 영도 아래 정치적 격변이 일어났다. 1653년 4월, 크롬웰은 의회를 강제로 해산시킨 후 같은 해 12월에 '통치 장전'을 채택하며 스스로 '호국경(Lord Protector)'의 자리에 올랐다. 이로써 영국은 공화정 체제 하에서 사실상의 군사 독재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대외적으로는 해상 패권을 놓고 네덜란드와 벌인 제1차 영란 전쟁을 지속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여갔다.
인도 무굴 제국에서는 인류 건축사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타지마할이 약 22년간의 공사 끝에 1653년에 완공되었다. 샤 자한 황제가 사별한 왕비 뭄타즈 마할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이 대리석 묘당은 이슬람, 인도, 페르시아 건축 양식이 융합된 화려한 예술성을 보여주며 무굴 제국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같은 시기 일본의 에도 막부는 제4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쓰나의 치세 아래 쇄국 정책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봉건 체제를 이어갔다.
과학과 철학 분야에서도 근대적 사고의 진전이 계속되었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은 밀폐된 용기 내의 액체에 가해진 압력이 모든 방향으로 동일하게 전달된다는 '파스칼의 원리'를 정리하여 유체역학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또한 확률론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며 근대 수학 발전에 기여하였다. 이처럼 1653년은 동양과 서양이 각기 다른 정치적, 문화적 경로를 걷고 있었으나, 우연한 만남과 과학적 발견을 통해 근대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