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년은 조선 왕조의 권력 승계와 국가 체제 정비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된 해이다. 조선의 제14대 국왕 선조가 승하하고, 왕세자였던 광해군이 제15대 국왕으로 즉위하였다. 임진왜란 이후 전후 복구와 민생 안정이 시급한 과제였던 상황에서 광해군은 즉위와 동시에 대외 관계 및 내치 정비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특히 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전란으로 피폐해진 국가 기틀을 다시 세우기 위한 노력이 이 시기부터 본격화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조선 역사상 가장 중요한 조세 개혁 중 하나인 대동법(초기 명칭 선혜법)이 실시되었다. 영의정 이원익의 건의에 따라 경기도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 이 제도는, 가구당 특산물을 징수하던 기존의 공납제를 토지 결수에 따라 쌀이나 삼베, 동전 등으로 납부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방납의 폐단을 막고 농민들의 조세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국가 재정 수입을 체계화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며,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근대적 조세 제도의 기틀이 되었다.
서구권에서는 북아메리카 식민지 개척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진 해였다. 프랑스의 탐험가 사뮈엘 드 샤플랭이 오늘날의 캐나다 지역에 퀘벡 시를 건설하였다. 이는 프랑스가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식민 지배를 본격화하는 거점이 되었으며, 향후 뉴프랑스라고 불리는 광대한 식민지의 중심지가 되었다. 퀘벡의 설립은 프랑스어권 문화가 북미 대륙에 뿌리를 내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모피 무역을 통한 초기 경제 활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과학 기술 분야에서는 인류의 우주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발명품인 망원경이 등장했다. 네덜란드의 안경 제작자인 한스 리페르스헤이가 굴절 망원경의 특허를 신청하면서 세상에 처음으로 망원경의 존재가 공식화되었다. 비록 특허권 자체는 독창성 논란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이 발명은 이듬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체를 관측하여 지동설의 증거를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기술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이는 중세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근대 과학의 시대로 나아가는 문을 연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문화적 및 대외 관계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일들이 발생했다. 영국의 대시인인 존 밀턴이 이 해에 태어났으며, 일본의 에도 막부는 조선과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기유약조 체결을 위한 사전 교섭을 긴밀하게 진행하였다. 전 지구적으로 볼 때 1608년은 동아시아에서는 전후 복구와 내부 개혁이, 서구권에서는 대항해 시대의 확장과 과학적 혁명의 서막이 열리던 역동적인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