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3

1333년은 14세기 전반에 해당하는 시기로,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기존의 질서가 붕괴하고 새로운 권력 구조가 형성되는 거대한 전환기적 사건들이 발생한 해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수백 년간 지속되었던 무사 정권이 종말을 고했고, 중국과 고려 등지에서도 왕조의 운명을 결정지을 내부적인 변화와 외교적 갈등이 심화되었다. 이 시기는 중세에서 근세로 이행하기 전의 혼란과 모색이 교차하던 시점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사에서 1333년은 가마쿠라 막부가 멸망한 역사적인 해이다. 고다이고 천황의 막부 타도 운동에 호응한 닛타 요시사다가마쿠라를 공격하여 함락시켰으며, 막부의 실권자였던 호조 다카토키를 비롯한 일족이 자결함으로써 140여 년간 이어진 가마쿠라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후 고다이고 천황은 천황 중심의 직접 통치를 선언하는 '겐무 신정'을 실시했으나, 이는 무사 계급의 반발을 사며 훗날 남북조 시대라는 또 다른 혼란의 서막이 되었다.

중국 대륙을 지배하던 원나라에서는 혜종(토곤 테무르)이 제13대 황제로 즉위하였다. 그는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로 기록되는데, 그의 즉위 시기부터 원나라는 심각한 황실 내부의 권력 다툼과 기근, 전염병 등 자연재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1333년의 황제 교체는 몽골 제국의 중국 지배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시발점이 되었으며, 이는 훗날 주원장이 세운 명나라에 의해 북쪽으로 쫓겨나기까지 제국이 겪게 될 장기적인 쇠퇴의 시작이었다.

고려 왕조에서는 충숙왕이 복위하여 통치하던 시기였다. 당시 고려는 원나라의 간섭을 강하게 받는 사위 국가로서 원나라의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1333년 당시 고려 사회는 원나라에서 귀국한 국왕과 기존 권문세족 사이의 권력 갈등이 지속되었고, 토지 제도의 문란과 민생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모순의 심화는 훗날 공민왕 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반원 자주 개혁 정책이 등장하게 되는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

유럽과 이슬람권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건들이 전개되었다. 영국과 스코틀랜드 간의 전쟁인 제2차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 중 할리돈 힐 전투가 발생하였으며, 여기서 에드워드 3세가 이끄는 영국군이 스코틀랜드군에 대승을 거두었다. 한편, 이슬람의 저명한 여행가 이븐 바투타는 이 해에 인도의 델리 술탄국에 도착하여 동방 세계에 대한 방대한 기록을 남기는 활동을 이어갔다. 이처럼 1333년은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격변과 문화적 교류가 동시에 일어나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