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2

1332년은 14세기에 속하는 평년으로, 목요일에 시작된 해이다. 이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중세 봉건 질서가 점차 동요하고 새로운 정치적·사회적 변화가 태동하던 전환기적 위치에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몽골 제국이 세운 원나라의 지배력이 점차 약화되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도 국가 간의 결속과 사상적 발전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고려 왕조에서는 충숙왕이 복위하여 다시 왕위에 오른 해이다. 당시 고려는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시기로, 충숙왕은 원나라에 머물다가 귀국하여 정사를 다시 돌보기 시작했다. 이는 심왕파와의 정치적 갈등 속에서 왕권의 안정을 꾀하려는 시도였으나, 원나라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시대적 한계를 보여준다. 한편 원나라 내부에서도 황제인 문종(투그 테무르)이 사망하고 어린 린친발(영종)이 즉위했으나 짧은 기간 내에 사망하는 등 황위 계승을 둘러싼 정국 혼란이 극심했다.

일본에서는 가마쿠라 막부의 종말을 예고하는 겐코의 난이 지속되던 시기였다. 고다이고 천황은 막부를 타도하고 천황 중심의 직접 통치를 부활시키기 위해 분투했으나, 1332년 초 오키섬으로 유배를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천황의 저항은 막부에 반감을 품은 지방 무사 세력들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이듬해 가마쿠라 막부가 멸망하고 건무신정이 시작되는 중요한 도화선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 연방의 확장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진 해이다. 루체른이 네 번째 주로 스위스 연방에 합류하면서 연방의 결속력이 강화되었고, 이는 향후 합스부르크 가문의 압력에 대항하는 강력한 도시 동맹의 기반이 되었다. 발칸 반도에서는 세르비아의 국왕 스테판 두샨이 권력을 공고히 하며 세르비아 제국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동로마 제국과의 국경 분쟁을 통해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었다.

사상사 및 학술 분야에서 1332년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 탄생한 해로 기록된다. 이슬람의 위대한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븐 할둔이 5월 27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태어났다. 그가 훗날 집필한 '역사서설(Muqaddimah)'은 인류사 전반에 걸친 문명의 흥망성쇠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현대 사회과학의 기초적 통찰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1332년은 각 지역의 정치 체제가 재편되는 가운데 인류 지성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