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mm

125mm 구경은 주로 구소련 및 러시아제 주력전차(MBT)에 사용되는 활강포의 표준 규격을 의미한다. 이는 냉전 시대 동구권 기갑 전력의 핵심적인 화력 기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까지도 러시아를 비롯하여 중국, 인도 등 여러 국가의 전차포 표준 구경으로 채택되어 있다. 서방권의 120mm 활강포와 대응되는 위치에 있는 이 규격은 강력한 관통력과 파괴력을 바탕으로 전차포의 대구경화 시대를 상징하는 규격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125mm 전차포의 개발은 1960년대 초반에 본격화되었다. 당시 소련은 서방의 차세대 전차들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T-62 전차에 탑재되었던 115mm 활강포보다 강력한 화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개발된 D-81(연구소 제식명 2A46) 시리즈가 T-64A 전차에 처음으로 탑재되면서 본격적인 125mm 시대가 열렸다. 이후 T-72, T-80, T-90 등 소련과 러시아의 주력 전차 계보를 잇는 모델들에 지속적으로 개량형이 장착되며 발전해 왔다.

기술적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자동 장전 장치(Autoloader)와의 결합이다. 125mm 포탄은 크기와 무게가 상당하여 인력으로 장전하기에는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포탑 하부에 회전식 또는 캐러셀 방식의 자동 장전 장치를 설치하는 설계가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승무원 수를 3명으로 줄이고 전차의 전체적인 실루엣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포탄은 탄두와 추진 장약이 분리된 분리 장전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으며, 강선이 없는 활강포 구조를 통해 탄속을 극대화한다.

운용되는 탄종은 작전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적 전차의 장갑을 관통하기 위한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을 비롯하여 성형작약탄(HEAT), 고폭파편탄(HE-FRAG)이 기본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동구권 125mm 포의 독보적인 특징 중 하나는 포신을 통해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9K119 레플렉스(Refleks)와 같은 포발사 미사일은 일반 포탄의 유효 사거리를 상회하는 장거리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현대에 이르러 125mm 구경은 소재 공학 및 정밀 가공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성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최신형 전차인 T-14 아르마타에 탑재된 2A82-1M 포는 기존 2A46 계열보다 포구 에너지가 대폭 향상되어 관통 성능이 크게 개선되었다. 중국 또한 125mm 규격을 독자적으로 개량하여 99식 전차 등에 운용하고 있으며, 이는 유라시아 대륙과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가장 널리 보급된 고화력 전차포 규격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