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1년은 고려 명종 1년이자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이 다수 발생한 해이다. 고려에서는 전해인 1170년에 일어난 무신정변의 여파가 지속되며 무신 정권의 초기 기반이 다져지던 시기였다. 명종은 무신들에 의해 추대된 국왕으로서 권위가 약화된 상태였고, 국정의 실권은 이의방, 정중부 등 무신 정변을 주도한 인물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은 문벌 귀족 중심의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조정의 주요 관직을 독점하며 새로운 지배 체제를 구축해 나갔다.
중동 지역에서는 이슬람 역사의 거대한 변혁이 일어났다. 이집트의 실권자였던 살라흐 앗 딘(살라딘)은 파티마 왕조의 마지막 칼리파인 알 아디드가 사망하자 파티마 칼리파국의 종말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이로써 이집트 내 시아파 통치 시대가 끝나고 수니파 중심의 아이유브 왕조가 창건되었다. 살라딘의 등장은 흩어져 있던 이슬람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향후 십자군 전쟁에서 이슬람 측이 승기를 잡는 결정적인 토대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서유럽의 강자였던 잉글랜드 국왕 헨리 2세가 아일랜드를 침공하여 지배권을 확립한 해로 기록된다. 1171년 10월, 헨리 2세는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아일랜드 워터퍼드에 상륙하였으며, 아일랜드의 영주들과 성직자들로부터 충성 서약을 받아냈다. 이 원정은 잉글랜드 국왕이 아일랜드의 영주(Lord of Ireland)로서 군림하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으며, 이후 수백 년간 이어질 영국과 아일랜드 간 복잡한 갈등 역사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비잔티움 제국에서는 황제 마누엘 1세 콤네노스가 제국 내 베네치아인들을 일제히 검거하고 그들의 자산을 몰수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는 제국 내 경제권을 잠식하던 베네치아 상인들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비잔티움 제국과 베네치아 공화국 사이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켰다. 이러한 적대 관계는 훗날 1204년 제4차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하고 비잔티움 제국을 일시적으로 멸망시키는 중요한 역사적 복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