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火車)》는 일본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1992년에 발표한 장편 추리소설이다. 제6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으며,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이자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제목인 '화차'는 불교 용어로,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지옥으로 실어 나르는 불타는 수레를 뜻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번 빚의 늪에 빠지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헤어 나올 수 없이 파멸로 향하게 되는 인간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소설은 근무 중 부상을 입고 휴직 상태인 형사 혼마 슌스케가 먼 친척 청년인 구리자카 카즈야로부터 실종된 약혼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약혼녀인 세키네 쇼코는 신용카드 발급을 위해 신용조회를 하던 중 과거 개인파산 사실이 드러나자 돌연 자취를 감춘다. 혼마는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실종된 여성이 진짜 세키네 쇼코가 아니라 그녀의 신분을 가로챈 다른 인물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낸다. 이후 혼마는 가짜 세키네 쇼코의 진짜 정체인 신조 쿄코의 비극적인 과거를 역추적해 나간다.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추리극을 넘어, 1990년대 일본 거품경제 붕괴 전후의 심각한 사회 문제였던 신용카드 남용과 다중채무, 개인파산의 실태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작가는 타인의 신분을 빼앗으면서까지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범인의 절박한 동기를 통해, 물질만능주의와 소비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본주의의 시스템 안에서 무방비하게 빚의 수레바퀴에 짓눌려 파멸해 가는지를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화차》의 서사적 특징 중 하나는 사건의 핵심 인물인 범인이 결말부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직접 전면에 나서서 발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마가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남겨진 흔적들을 수집하는 과정만으로 범인의 삶이 입체적으로 재구성되며, 독자는 살인자에게 분노보다는 강렬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범죄자에 대한 단순한 단죄를 넘어, 범죄를 잉태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구조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탄탄한 스토리와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 덕분에 이 소설은 출간 이후 여러 차례 영상화되었다. 일본에서는 1994년과 2011년에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한국에서는 2012년 변영주 감독이 연출하고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 《화차》로 각색되어 개봉했다. 한국 영화판은 원작의 핵심 주제를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IMF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와 신용불량자 문제 등 한국적 사회상에 맞게 설정을 변형하여 대중과 평단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