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왕자로,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는 예언 능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며, 트로이의 공주이자 예언자인 카산드라와는 쌍둥이 남매 사이다. 전승에 따르면 헬레노스는 어린 시절 카산드라와 함께 아폴론 신전에서 잠을 자다가 뱀이 귀를 핥아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트로이 전쟁 당시 트로이군의 주요 장수이자 예언자로서 활동하며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관여했다.
트로이 전쟁 중 헬레노스는 전사로서도 용맹을 떨쳤으나, 그의 진정한 가치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에 있었다. 그는 헥토르가 죽은 뒤 트로이의 방어 전략을 세우는 데 기여했으며, 파리스가 죽은 후에는 헬레네를 아내로 맞이하려 했으나 동생 데이포보스에게 밀려 실패했다. 이에 실망한 헬레노스는 이다 산으로 은둔했으나, 트로이를 함락시킬 방법을 알아내려던 오디세우스에게 생포되었다. 그리스군은 그를 심문하여 트로이가 멸망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할 조건들을 알아냈는데, 여기에는 펠롭스의 유골을 가져오는 것,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참전, 그리고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을 확보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트로이가 함락된 후 헬레노스는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전리품이 되어 포로로 끌려갔다. 그러나 그는 네오프톨레모스에게 귀환 항해 중 발생할 폭풍을 예고하여 그의 목숨을 구했으며, 이로 인해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되었다. 네오프톨레모스가 죽은 뒤 헬레노스는 그의 영토 일부인 에페이로스의 통치권을 물려받았으며, 헥토르의 미망인이었던 안드로마케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 그는 에페이로스에 트로이를 본뜬 도시인 부트로툼을 건설하고 그곳에서 왕으로 군림하며 평화롭게 나라를 다스렸다.
헬레노스는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도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트로이를 탈출하여 이탈리아로 향하던 아이네아스 일행이 에페이로스에 들렀을 때, 헬레노스는 그들을 환대하며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상세한 예언과 조언을 건넸다. 그는 아이네아스에게 시칠리아 섬을 돌아가는 안전한 경로를 알려주고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위험을 경고했으며, 장차 로마가 건설될 장소의 징조를 일러주었다. 이러한 헬레노스의 조언은 아이네아스가 무사히 이탈리아에 도착하여 로마 건국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헬레노스는 트로이 왕실의 주요 구성원 중 전쟁의 참화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새로운 삶을 개척한 드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비극적인 예언을 하고도 믿음을 얻지 못한 카산드라와 달리, 자신의 예언을 통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운명을 개선하는 실용적인 지혜를 발휘했다. 그의 삶은 신의 계시와 인간의 생존 본능이 어떻게 결합되어 한 영웅의 운명을 인도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