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호그 신호전달경로(Hedgehog signaling pathway)는 세포의 성장, 분화 및 신체 패턴 형성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생화학적 기전이다. 이 경로는 1980년 초파리 유전자 돌연변이 연구를 통해 처음 발견되었으며, 특정 유전자가 결핍된 초파리 배아의 표면이 고슴도치처럼 가시 돋친 모양으로 변하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 척추동물에서는 배아 발생 단계에서 장기 형성과 사지 발달을 주도하며, 성체에서도 줄기세포의 유지와 조직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경로는 크게 세 종류의 헤지호그 단백질 리간드에 의해 활성화된다. 척추동물에서는 소닉 헤지호그(Sonic Hedgehog, SHH), 인디언 헤지호그(Indian Hedgehog, IHH), 데저트 헤지호그(Desert Hedgehog, DHH)가 존재하며, 이 중 소닉 헤지호그가 가장 광범위하게 기능한다. 수용체 체계는 세포막 단백질인 패치드(Patched, Ptc)와 스무든드(Smoothened, Smo)로 구성된다. 신호가 없을 때는 패치드가 스무든드의 활성을 억제하고 있으나, 헤지호그 리간드가 패치드에 결합하면 이 억제가 풀리면서 신호가 세포 내부로 전달된다.
세포질 내로 전달된 신호는 최종적으로 Gli 전사 인자 가족(Gli1, Gli2, Gli3)을 활성화한다. 신호가 차단된 상태에서 Gli 단백질은 분해되거나 억제 인자로 작용하지만, 경로가 활성화되면 활성형 전사 인자로 변하여 핵 내부로 이동한다. 핵으로 들어간 Gli 단백질은 세포의 증식, 생존, 분화와 관련된 특정 표적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함으로써 세포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척추동물에서 이 과정의 대부분은 세포 표면의 일차 섬모(Primary Cilia)라는 구조물 내에서 정교하게 이루어진다.
헤지호그 신호전달경로의 정교한 조절은 개체 발생에 필수적이다. 특히 신경관의 복측부 형성, 손가락과 발가락의 개수 및 위치 결정, 폐와 소화관 등 주요 장기의 비대칭적 발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만약 발생 과정에서 이 경로에 유전적 혹은 환경적 요인으로 이상이 생기면 전뇌무분리증(Holoprosencephaly)이나 다지증과 같은 선천성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성체 조직에서 헤지호그 경로의 비정상적인 과활성화는 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기저세포암(Basal Cell Carcinoma)이나 수모세포종(Medulloblastoma)의 발병 기전에서 이 경로의 돌연변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헤지호그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화합물에 관한 연구는 현대 항암제 개발 및 재생 의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