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정의 만화 <핵폭탄>은 1958년 발표된 한국 만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국 스포츠 만화의 효시이자 박기정 화백의 초기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전후의 척박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한 소년이 역경을 딛고 권투 선수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그려내어 당시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작품의 주인공인 이운동은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지만, 결코 굴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강력한 펀치를 주무기로 링 위에 서게 되는데, 그의 주먹이 가진 파괴력이 마치 핵폭탄과 같다고 하여 작품의 제목이 결정되었다. 이운동이라는 이름 또한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스포츠 만화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낸다.
박기정 화백은 이 작품을 통해 당시 한국 만화에서 보기 드문 사실적이고 세련된 필치를 선보였다. 특히 권투 경기의 박진감 넘치는 묘사와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서사적 완성도를 높였다. 단순히 승패에만 집착하는 전개가 아니라, 주인공이 겪는 인간적인 고뇌와 사회적 부조리를 함께 다룸으로써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핵폭탄>은 이후 한국 스포츠 만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이 작품이 보여준 스포츠 근성과 인간 승리의 서사는 후대 만화가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주었으며, 권투를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전후 실의에 빠졌던 대중에게 승리의 희망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 만화는 당시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권투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만화가 단순한 가십거리를 넘어 시대를 대변하는 진지한 예술 형식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재 <핵폭탄>은 한국 만화 근대사의 중요한 사료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박기정 화백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확인하게 해주는 고전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