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찰스 화이팅

해리 찰스 화이팅(Harry Charles Whittington, 1927–2023)은 미국의 변호사, 부동산 투자가이자 공직자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는 텍사스주 오스틴 출신으로 지역 정계와 법조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대중적으로는 2006년 당시 미국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와 관련된 사냥 사고의 피해자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6년 2월 11일, 화이팅은 텍사스주 케네디 카운티에 위치한 암스트롱 목장에서 부통령 딕 체니를 포함한 일행과 함께 메추라기 사냥을 하던 중이었다. 사냥 과정에서 체니는 날아오르는 메추라기를 조준하여 산탄총을 발사했으나, 일행과 잠시 떨어져 있다가 예고 없이 접근하던 화이팅이 체니의 사격 범위 내에 들어오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화이팅은 얼굴, 목, 가슴 부위에 조류용 산탄(birdshot)을 맞았으며,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사고 이후 화이팅은 코퍼스 크리스티 메모리얼 병원에서 산탄 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치료 과정 중 산탄 조각 하나가 심장 근처로 이동하여 경미한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건강을 회복했다. 퇴원 당시 그는 자신으로 인해 딕 체니 부통령과 그 가족이 겪었을 심적 고통과 번거로움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과하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비쳐지며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화이팅은 사냥 사고 이전부터 텍사스 정계에서 원칙주의적인 공직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는 텍사스 형사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주 교도소 시스템의 개혁과 과밀화 해소에 기여했으며, 텍사스 장례 서비스 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업계의 부당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앞장섰다. 변호사로서도 유능했던 그는 부동산 법률 및 행정 소송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공공 이익을 위한 행정 감시 활동을 지속했다.

이 사건은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보 공개 지연 문제와 맞물려 정치적 논란으로 확산되기도 했으나, 화이팅 본인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며 조용히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는 사고 이후에도 오랫동안 변호사 업무와 공익 활동을 이어갔으며, 2023년 2월 4일 텍사스주 오스틴의 자택에서 향년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