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하인리히 푸스(Hans-Heinrich Fuess)는 근대 일본과 동아시아의 역사를 연구하는 독일의 역사학자이자 교수이다. 현재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현대 동아시아사 학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 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초문화적 역사학(Transcultural Studies)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국가 단위의 역사를 넘어 글로벌한 관점에서 인간과 상품, 지식의 이동이 어떻게 문명에 영향을 주었는지 연구한다.
푸스는 학문적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교육을 받았다. 영국 엑서터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의 도쿄 대학교와 소피아 대학교 등에서 연구원 및 교수로 활동하며 일본의 사회적, 경제적 변동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동아시아 역사를 서구 지향적인 시각이 아닌 다각적인 글로벌 역사관에서 바라보는 토대가 되었다.
그의 주요 연구 성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본의 사회사를 다룬 저서 『일본의 이혼: 가족, 젠더, 그리고 국가, 1600-2000』(Divorce in Japan: Family, Gender, and the State, 1600-2000)이다. 이 책에서 푸스는 에도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이혼율 변화와 가족 제도의 변천사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특히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가부장적 가족 모델이 강화되면서 이전 시기의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이혼 문화가 어떻게 억제되었는지를 규명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회학적 연구 외에도 그는 근대기 경제사와 무역사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일본의 실크 수출, 석탄 무역, 그리고 조약항(Treaty Ports)을 통한 국제 상업 네트워크의 형성에 주목한다. 그는 조약항이 단순히 제국주의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와 서구가 경제적, 문화적으로 충돌하고 융합하며 새로운 근대성을 창출해낸 공간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푸스는 현재 하이델베르크 초문화 연구 센터(HCTS)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제 학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역사학을 인접 학문과 결합하여 현대 사회의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하려 노력한다. 그의 연구는 동아시아 근대화 과정에서의 세계화와 지역화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기여를 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학계와의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