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판 문명은 기원전 3300년경부터 기원전 1300년경까지 인더스강 유역에서 번영한 고대 문명이다. 현대의 파키스탄과 인도 북서부 지역에 위치했으며,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와 함께 세계 3대 초기 문명 중 하나로 꼽힌다. 1920년대 펀자브 지방의 하라판 유적이 발굴되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후 모헨조다로 등 주요 도시들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이 문명은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된 도시 계획과 사회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하라판의 가장 큰 특징은 정교한 도시 계획이다. 주요 도시들은 격자 형태의 도로망을 갖추고 있었으며, 구운 벽돌을 사용하여 표준화된 규격으로 건물을 지었다. 주거 구역에는 세계 최초의 하수도 시스템이 설치되어 각 가정의 오수가 지하 관로를 통해 도시 밖으로 배출되었다. 또한 '대목욕장'이라 불리는 거대한 공공 목욕 시설과 대규모 곡물 창고가 발견되어, 고도의 토목 기술과 체계적인 자원 관리 능력을 증명한다.
경제 활동은 농업과 상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라판인들은 인더스강의 비옥한 토양을 이용해 밀, 보리, 면화 등을 재배했으며, 소와 양 등 가축을 길렀다. 특히 면화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재배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장인들은 구슬 장신구, 토기, 청동기 등을 정교하게 제작했다. 이들은 인더스 문명 특유의 인장을 사용했는데, 이는 소유권을 표시하거나 무역 거래 시 인증을 위해 쓰였으며 멀리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도 발견되어 광범위한 원거리 교역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사회 구조와 문화 면에서는 독특한 특징이 나타난다. 하라판 문명에서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처럼 권력을 과시하는 거대 무덤이나 궁전 건축물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실용적인 공공시설이 발달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고유의 문자가 새겨진 수많은 인장이 발견되었으나, 이들의 문자는 아직 완전히 해독되지 않아 구체적인 통치 체제나 종교 의례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만 유물들을 통해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이나 초기 형태의 종교적 요소가 존재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번영하던 하라판 문명은 기원전 1900년경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쇠퇴의 원인에 대해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 인더스강의 물길 변화, 잦은 홍수, 또는 외부 세력의 유입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농업 생산력이 저하되면서 인구가 도시를 떠나 소규모 정착지로 흩어진 것으로 보이며, 기원전 1300년경에는 문명의 고유한 특징들이 사라졌다. 비록 문명 자체는 쇠퇴했으나 그들이 남긴 도시 설계와 농경 기술 등은 이후 인도 아대륙의 역사와 문화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