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워싱(Pinkwashing)은 기업이나 국가, 단체가 성소수자(LGBTQ+) 권리 옹호나 유방암 인식 제고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세탁하거나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다. 이는 분홍색(Pink)과 겉치레를 뜻하는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의 합성어다. 표면적으로는 진보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가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 목적이 영리 추구나 정치적 이미지 개선에 국한되어 본질적인 사회 문제 해결에는 기여하지 않는 경우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 용어는 1990년대 초 유방암 예방 운동 단체인 '유방암 행동(Breast Cancer Action)'에 의해 처음 고안되었다. 당시 일부 기업들이 유방암을 상징하는 '핑크 리본'을 제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정작 유방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화학 물질이나 발암 물질이 포함된 제품을 판매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이 질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마케팅에 이용하면서도 실제로는 건강에 해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기만적 행위를 지적하는 것이 핑크워싱 개념의 시작이었다.
오늘날 핑크워싱은 성소수자 인권을 이용하는 행위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널리 쓰인다. 특히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Pride Month)인 6월이 되면 수많은 기업이 무지개 로고를 사용하거나 성소수자 친화적인 광고를 내보내며 지지를 표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 중 일부는 내부적으로 성소수자 직원을 차별하거나, 성소수자 인권에 반대하는 정치인 및 단체에 막대한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를 '레인보우 캐피탈리즘(Rainbow Capitalism)'이라고도 부르며, 진정성 없는 상업적 이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적 맥락에서의 핑크워싱은 특정 국가가 자국의 인권 침해나 비민주적인 정책을 은폐하기 위해 성소수자 인권 수호국이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스라엘 정부가 텔아비브를 성소수자 관광지로 홍보하며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행위가 꼽힌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홍보가 팔레스타인 점령 및 인권 탄압 문제로부터 국제 사회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국가적 차원의 핑크워싱으로 규정한다.
결론적으로 핑크워싱은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과 투쟁을 자본주의적 상품이나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이는 실질적인 법적·제도적 인권 향상보다는 시각적인 상징물 내세우기에 치중하게 만들어, 대중으로 하여금 사회적 갈등이 해결되고 있다는 착시 현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소비자와 시민 사회는 기업이나 국가가 내세우는 상징적 제스처 뒤에 숨겨진 실제 정책과 행보를 면밀히 감시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