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후(彭侯)는 고대 중국의 전설과 설화 속에 등장하는 나무의 정령이다. 주로 수령이 천 년 이상 된 고목에 깃들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나무의 신령이나 요괴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중국 진나라의 간보가 저술한 기이한 이야기 모음집인 《수신기(搜神記)》를 비롯하여 여러 고대 문헌에서 그 존재가 확인된다.
외형에 관한 묘사를 살펴보면, 팽후는 꼬리가 없는 검은 개의 형상을 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나무 속에 숨어 지내기 때문에 인간의 눈에 잘 띄지 않으나, 그 나무를 베어내면 비로소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전설에 따르면 영험한 고목을 벨 때 나무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그 줄기나 뿌리 부분에서 팽후가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수신기》에는 삼국시대 오나라의 제갈각(諸葛恪)과 관련된 구체적인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제갈각이 큰 나무를 베자 나무에서 피가 흘렀고, 그 속에서 꼬리가 없는 개와 같은 짐승이 튀어나왔다. 제갈각은 이것이 '팽후'라는 이름의 정령임을 알아보고 이를 삶아 먹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팽후의 맛은 실제 개의 고기 맛과 매우 흡사했다고 전해진다.
팽후는 단순한 괴물이라기보다는 나무의 정기가 오랜 세월에 걸쳐 응집되어 형성된 영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고대인들은 오래된 자연물에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으며,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동물의 형태를 빌려 현신한다고 믿었다. 팽후에 관한 설화는 자연을 경외의 대상으로 보면서도, 인간의 지식과 힘으로 그 정체를 파악하고 이용하려 했던 고대인들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이 전설은 이후 일본으로도 전해져 일본의 요괴 백과사전인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나 토리야마 세키엔의 요괴 화집에도 영향을 주었다. 일본에서는 '호우코'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사하게 나무에 깃든 영물로 묘사된다. 동아시아 전반의 민속학적 관점에서 팽후는 오래된 생명체에 깃든 영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