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구는 바둑계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활용해 대국을 치르는 행위나 해당 프로그램 자체를 일컫는 신조어다. 이 용어는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인 ‘알파고(AlphaGo)’와 네이버의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Papago)’의 명칭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에는 바둑 인공지능을 친숙하게 부르는 별칭으로 사용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온라인 바둑 대국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치팅' 행위를 지칭하는 의미로 굳어졌다.
바둑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파파구라는 용어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6년 알파고 등장 이후 릴라제로(Leela Zero), 카타고(KataGo)와 같은 고성능 오픈 소스 바둑 AI가 대중에게 보급되면서 일반인도 손쉽게 프로 기사 수준의 수읽기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대다수의 바둑 기사와 동호인들이 실력 향상을 위한 복기나 연구 목적으로 AI를 활용하게 되면서, AI가 제시하는 최선의 수를 의미하는 용어로 파파구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온라인 바둑 플랫폼 내에서 파파구는 주로 부정적인 맥락에서 소비된다. 대국자가 자신의 실력이 아닌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별도로 실행해 놓고 AI가 알려주는 위치에 그대로 돌을 놓는 행위를 '파파구를 돌린다'라고 표현한다. 이는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심각한 부정행위로 간주되며, 이로 인해 온라인 바둑 사이트들은 인공지능과의 일치율을 분석해 부정 사용자를 적발하고 계정을 정지시키는 등 엄격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파파구의 존재는 현대 바둑 문화에 양면적인 영향을 끼쳤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정석과 수법을 찾아내어 바둑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대면 대국이 아닌 온라인 환경에서의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순수한 기력 대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바둑계 내부에서는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윤리 규정을 강화하고, 기술적 보조와 부정행위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파파구는 단순히 바둑 인공지능을 부르는 말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한 인간의 지적 유희가 직면한 도전을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기술을 어떻게 올바르게 수용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함축하고 있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