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 고원은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거대한 산악 지대이자 고원으로, '세계의 지붕'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톈산산맥, 카라코람산맥, 쿤룬산맥, 힌두쿠시산맥, 히말라야산맥 등 아시아의 거대한 산맥들이 한곳으로 모여 매듭을 이루는 지형적 결절점이다. 행정 구역상으로는 주로 타지키스탄의 고르노-바다흐샨 자치주에 속해 있으며, 일부는 아프가니스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키르기스스탄에 걸쳐 뻗어 있다. 페르시아어로 파미르는 '평평한 지붕' 또는 '산기슭의 목초지'를 의미한다고 전해진다.
지형적으로 파미르 고원은 평균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인 고산 지대로, 수많은 설산과 빙하, 깊은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타지키스탄 내 최고봉인 이스모일 소모니 봉(구 공산주의 봉, 7,495m)을 비롯해 레닌 봉(7,134m), 코르제네프스카야 봉(7,105m) 등이 이곳에 위치하며, 중국 쪽에는 콩구르 산(7,649m)과 무스타그 아타 산(7,546m)이 솟아 있다. 또한 극지방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긴 산악 빙하 중 하나인 페드첸코 빙하가 이곳에 존재하여 중앙아시아의 중요한 수자원 공급원 역할을 한다.
파미르 고원의 기후는 매우 혹독하고 건조한 대륙성 고산 기후를 띤다. 겨울은 길고 추위가 매서우며, 여름은 짧고 서늘하다. 연강수량이 적어 식생이 빈약한 편이지만, 고도에 따라 다양한 생태계가 나타난다. 특히 이 지역은 희귀 야생동물의 서식지로도 유명한데, 거대한 뿔을 가진 마르코 폴로 양과 멸종 위기 종인 눈표범(설표) 등이 서식하고 있다. 험준한 지형과 혹독한 기후 탓에 인구 밀도는 매우 낮으며, 농경보다는 유목이 주요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역사적으로 파미르 고원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통로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다. 고대부터 상인, 승려, 탐험가들이 험난한 이 고원을 넘어 문물을 교류했다. 19세기에는 대영 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경쟁하던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의 주요 무대이기도 했다. 당시 두 제국 간의 완충 지대를 설정하기 위해 현재 아프가니스탄 영토인 와칸 회랑이 획정되었으며, 이는 오늘날의 국경선 형성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파미르 고원에는 주로 파미르인과 키르기스인이 거주하고 있다. 파미르인은 타지크인과 유사하지만 독자적인 파미르 제어를 사용하며, 종교적으로는 이슬람교 시아파의 분파인 이스마일파를 주로 믿는다는 점에서 주변 민족들과 구별된다. 이들은 험준한 산악 지형에 적응하여 계곡 주변에서 제한적인 농업을 하거나 고지대 초원에서 가축을 방목하며 살아간다. 현대에 들어서는 산악 트레킹이나 오지 탐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으며,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잇는 파미르 하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국제 도로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