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시포네(Tisiphone)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복수의 여신들인 에리니에스(Erinyes) 중 한 명이다. 이름의 의미는 '살인을 복수하는 자'이며, 알렉토, 메가이라와 함께 세 자매를 이룬다. 이들의 탄생에 대해서는 여러 전설이 존재하나,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했을 때 흘러나온 피가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 떨어져 탄생했다는 설이다. 이들은 천상이나 지상보다는 지하 세계인 타르타로스와 깊은 관련이 있는 존재들로 묘사된다.
티시포네를 비롯한 에리니에스의 외양은 공포심을 자아내는 형상으로 묘사된다.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등에는 박쥐와 같은 날개가 달려 있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른다고 전해진다. 티시포네는 주로 채찍이나 횃불을 들고 죄인을 추적하며, 그녀의 몸은 희생자들의 피로 물든 어두운 옷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기괴한 형상은 죄를 지은 자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과 공포를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티시포네의 주된 임무는 인륜을 저버린 범죄, 특히 친족 살해를 저지른 자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응징하는 것이다. 그녀는 지상뿐만 아니라 지하 세계에서도 죄인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베르길리우스의 '에네이아스'에 따르면, 티시포네는 타르타로스의 입구에 위치한 철탑 위에서 밤낮으로 잠들지 않고 망을 보며, 지옥에 떨어진 영혼들이 저지른 죄를 고백하게 하고 채찍으로 그들을 고문하는 무자비한 집행자로 묘사된다.
그녀와 관련된 구체적인 일화 중 하나는 아타마스 왕에 관한 이야기이다. 헤라의 명령을 받은 티시포네는 아타마스와 그의 아내 이노를 미치게 만들어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인 뱀들을 이용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독을 불어넣었으며, 이로 인해 아타마스는 자신의 아들을 짐승으로 착각하여 죽이는 참혹한 죄를 범하게 된다. 또한, 오레스테스가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살해했을 때도 자매들과 함께 그를 쫓으며 광기로 몰아넣는 역할을 수행했다.
티시포네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사회적 질서와 도덕적 법규를 수호하는 신성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법적인 처벌이 미치지 못하는 은밀한 범죄조차 복수의 여신들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믿음은 당시 사회의 정의관을 반영한다. 후대에 들어 그녀는 문학적 장치로서 인간의 양심의 가책과 피할 수 없는 운명적 파멸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주 인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