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피드는 영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존 윈덤이 1951년에 발표한 소설 '트리피드의 날(The Day of the Triffids)'에 등장하는 가상의 식물이다. 이 생명체는 이동 능력을 갖춘 거대 식물로, 인간을 습격하여 잡아먹는 육식성을 띤다. 소설의 대성공 이후 트리피드는 대중문화에서 치명적이고 위협적인 외래 식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으며,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고전적인 아이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생태학적 특징을 살펴보면, 트리피드는 하단에 세 개의 줄기 형태의 다리를 가지고 있어 이를 이용해 지면을 이동할 수 있다. 몸체 상단에는 나팔 모양의 꽃봉오리가 있으며, 그 안에는 맹독을 지닌 긴 채찍 형태의 가시가 숨겨져 있다. 이 가시는 수 미터 거리까지 뻗어 나가 먹잇감의 눈이나 얼굴을 공격하며, 신경독을 주입해 상대를 즉사시키거나 무력화한다. 트리피드는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주변의 진동이나 소음을 통해 먹잇감의 위치를 파악하는 특성을 보인다.
소설 내 설정에 따르면 트리피드는 처음부터 위협적인 존재로만 여겨진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고품질의 식물성 기름을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가 높은 자원으로 취급되어 전 세계적으로 대량 재배되었다. 인간들은 트리피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울타리를 쳐서 격리하거나, 독침을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통제하였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류가 정체불명의 유성우를 목격한 뒤 실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통제에서 벗어난 트리피드는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급부상하게 된다.
트리피드의 등장은 단순한 괴물의 습격을 넘어 인간 중심적인 문명의 취약성을 폭로하는 상징적 장치로 작용한다. 인류가 시각을 잃고 무력해진 사이, 식물이 지능적으로 인간을 사냥하고 군집을 이루어 이동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극도의 공포를 선사한다. 작가 존 윈덤은 트리피드를 통해 인간이 자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이 불러올 수 있는 비극과, 익숙했던 환경이 순식간에 적대적으로 변하는 아포칼립스 상황을 탁월하게 묘사하였다.
트리피드는 이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해석되었다. 1962년의 영화화를 시작으로 1981년과 2009년에는 BBC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또한, 트리피드라는 명칭은 영어권에서 '빠르게 성장하여 통제하기 힘든 식물'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될 만큼 강력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가상의 식물은 현대 SF 및 호러 장르에서 식물형 괴수 설정의 원형을 제시한 것으로 인정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