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The Terminal)은 2004년 개봉한 미국의 코미디 드라마 영화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동유럽의 가상 국가인 '크라코지아'에서 온 남성 빅터 나보르스키가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고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국이 유령 국가가 됨에 따라 여권의 효력이 정지된 빅터는 미국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고, 동시에 돌아갈 곳도 없어진 채 공항 터미널 내에서 기약 없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영화의 주요 서사는 폐쇄적인 공간인 공항 터미널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적응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빅터는 영어가 서툰 상태에서도 공항 내 카트를 수거해 얻은 동전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공항 내 시설을 이용해 잠자리를 마련하며 특유의 성실함과 순수함으로 환경을 극복한다. 공항 보안 책임자인 프랭크 딕슨은 규정을 내세우며 그를 쫓아내려 하지만, 빅터는 오히려 공항 직원들과 깊은 유대감을 쌓으며 터미널의 명물로 자리 잡는다.
빅터가 뉴욕에 가고자 하는 목적은 단순히 여행이나 이민이 아닌,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의 아버지는 전설적인 재즈 음악가 57명의 사인을 모으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으나, 마지막 한 명인 베니 골슨의 사인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빅터는 아버지의 유지가 담긴 땅콩 캔을 들고 마지막 사인을 받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던 것이며,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극의 감동을 더한다.
이 작품은 실제 인물인 메헤란 카리미 나세리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나세리는 이란 출신의 망명객으로, 서류 분실 등의 문제로 인해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터미널에서 1988년부터 2006년까지 약 18년 동안 거주한 바 있다. 제작진은 영화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 공항과 흡사한 거대한 세트를 건설하였으며, 톰 행크스는 동유럽인의 억양과 행동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터미널》은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관료주의 속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를 다루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과 희망을 잃지 않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공간인 터미널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기다림의 의미와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조명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