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걸 조로'는 일본의 아시 프로덕션(현 리드)과 이탈리아의 몬도 TV가 공동 제작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미국의 소설가 존스턴 매컬리가 창조한 영웅 캐릭터 '조로'를 주인공으로 하며, 1996년에 일본에서 총 52화 분량으로 방영되었다. 제작 국가 간의 협의 문제로 인해 일본보다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에서 먼저 방영되는 이례적인 과정을 거쳤으나, 정통 액션 히어로물로서의 완성도를 인정받으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작품의 배경은 18세기 말 스페인 통치하에 있던 캘리포니아다. 주인공 디에고 베가는 스페인 유학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군부의 압제에 시달리는 민중들의 참상을 목격한다. 디에고는 겉으로는 게으르고 나약한 귀족 자제인 척하며 사람들의 눈을 속이지만, 실제로는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갖춘 정의의 사자 '조로'로 변신해 악당들에 맞선다. 이러한 주인공의 이중생활은 극에 긴장감과 재미를 부여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 작품은 기존의 조로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몇 가지 독특한 설정을 지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조로를 돕는 소년 조력자 베르나르도의 존재다. 원작에서는 말을 못 하는 성인 하인이었던 베르나르도가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리틀 조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소년으로 설정되어, 조로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활약을 펼친다. 또한 여주인공 로리타는 수동적인 여인상에서 벗어나 직접 총과 칼을 들고 싸우기도 하는 강인한 성격의 인물로 묘사된다.
악역들의 구성 역시 입체적이다. 메인 악당인 레이몬드 사령관과 가브리엘 대위는 전형적인 권력형 악당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조로를 쫓는 가르시아 하사는 어수룩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그려져 극의 완급을 조절하는 감초 역할을 수행한다. 조로가 전투 중에 상대의 옷에 칼로 'Z' 자 표식을 남기는 연출은 작품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자리 잡았으며, 역동적인 검술 액션은 당시 애니메이션 기술력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에서는 1993년 SBS를 통해 처음 방영된 이후 수차례 재방영되며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특히 정의를 위해 싸우는 조로의 모습은 당시 어린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 한국판 주제가 또한 널리 알려졌다. 아시 프로덕션의 '쾌걸 조로'는 서구의 영웅 서사를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과 연출로 재해석하여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