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피니(Charles Francis "Chuck" Feeney, 1931~2023)는 미국의 기업인이자 자선가로, 세계 최대 면세점 그룹인 DFS(Duty Free Shoppers)의 공동 창업자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약 80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산을 익명으로 기부하며 '살아있는 동안 기부하자(Giving While Living)'라는 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그의 행보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같은 현대의 거물 자선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언론으로부터 '자선업계의 제임스 본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피니는 1960년 로버트 밀러와 함께 DFS를 설립하여 항공 여행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막대한 부를 쌓았다. DFS는 세계 곳곳의 공항에 입점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고, 피니는 이를 통해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부의 축적 자체보다는 그 부를 어떻게 가치 있게 사용할지에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며, 자신의 재산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쓰이기를 원했다.
1982년, 피니는 자신의 모든 지분을 기부하여 '애틀랜틱 필란트로피(The Atlantic Philanthropies)' 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교육, 보건, 인권, 과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재단 운영에 있어 철저히 익명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기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의 기부 행보는 1997년 DFS 매각 과정에서 법적 서류가 공개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척 피니의 생활 방식은 그의 막대한 자산과 대조적으로 매우 검소했다. 그는 고급 승용차나 호화 주택을 소유하지 않았으며, 저렴한 시계를 차고 일반석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하도록 교육하며 근검절약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부의 진정한 의미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사회적 나눔에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일깨워 주었다.
2020년, 피니는 자신의 목표였던 전 재산 기부를 공식적으로 완료하며 재단을 해산했다. 그는 노후를 위해 남겨둔 최소한의 생활 자금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사회에 환원한 후, 2023년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의 유산은 단순한 금전적 가치를 넘어, 자발적 기부 문화와 자선 활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