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화 갈륨(Gallium Nitride, GaN)은 갈륨과 질소의 화합물로, 넓은 띠 간격(Bandgap)을 가진 3-5족 화합물 반도체이다. 상온에서 3.4 eV의 직접 전이형 띠 간격을 가지며, 이는 기존 실리콘(Si)의 1.1 eV에 비해 약 3배 이상 넓은 수치이다. 결정 구조는 주로 육방정계의 우르츠광(Wurtzite) 구조를 띠며, 화학적 결합력이 강하여 열적, 화학적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높은 열전도율과 전자 포화 속도를 보유하고 있어 고온 및 고전압 환경에서도 소자가 파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질화 갈륨은 1990년대 초 청색 발광 다이오드(LED) 개발에 성공하면서 광소자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질화 갈륨 기반의 청색 LED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효율적인 청색광 구현이 어려워 천연색 디스플레이나 백색 조명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질화 갈륨의 성공적인 상용화는 적색, 녹색 LED와 결합하여 백색광을 구현하는 기반이 되었으며, 이는 오늘날의 LED 조명 산업과 고밀도 광저장 매체인 블루레이(Blu-ray) 기술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 기술적 성취를 이룬 연구자들은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최근 질화 갈륨은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실리콘에 비해 절연 파괴 전계가 약 10배 높아 소자의 두께를 얇게 유지하면서도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이는 소자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고출력을 낼 수 있게 하며, 전력 변환 시 발생하는 열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스마트폰용 초소형 급속 충전기부터 전기자동차의 온보드 충전기(OBC) 및 전력 변환 장치에 이르기까지 그 적용 범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무선 통신 및 국방 분야에서도 질화 갈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고주파 대역에서의 출력 특성과 효율이 뛰어나 5G 이동통신 기지국과 위성 통신용 고출력 증폭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고온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고 방사선 내성이 우수하여 인공위성이나 우주 항공 장비의 신뢰성을 보장한다. 국방 분야에서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같은 첨단 장비의 소형화와 탐지 거리 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소재로 평가받는다.
질화 갈륨은 제조 공정의 난이도가 높고 대면적 웨이퍼 제작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으나, 사파이어나 실리콘 기판 위에 질화 갈륨 층을 쌓는 에피택셜 성장 기술의 발전으로 경제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실리콘 카바이드(SiC)와 더불어 포스트 실리콘 시대를 이끌어갈 양대 핵심 소재로 꼽히며, 전 지구적인 에너지 효율 증대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기술적 요충지로서 그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