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역상집(諸家曆象集)은 조선 세종 시대인 1445년(세종 27)에 이순지(李純之)와 김담(金淡) 등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천문학 서적이다. 이 책은 당시까지 전해 내려오던 중국과 조선의 여러 천문 및 역법 이론을 집대성하여 정리한 것으로, 세종 대의 자주적 역법 체계 구축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총 4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선 초기 과학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학술 문헌으로 평가받는다.
편찬의 주요 목적은 조선만의 독자적인 역법인 '칠정산(七政算)'을 수립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었다. 세종은 당시 사용하던 중국의 역법이 조선의 위도와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천문 관측의 오차를 해결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동양의 모든 천문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대조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이순지와 김담은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과 명나라의 대명력(大明曆) 등 역대 중국 역법과 천문 이론을 철저히 분석하여 이 책에 담았다.
책의 내용은 크게 천문(天文), 역법(曆法), 의상(儀象) 등으로 나뉜다. 제1권에서는 하늘의 구조와 해, 달의 운행 원리를 다루고, 제2권에서는 오행성(금성, 목성, 수성, 화성, 토성)의 운동과 위치 계산법을 설명한다. 제3권은 일식과 월식 등 천체 현상의 예측 방법을 수록하였으며, 제4권에서는 혼천의(渾天儀), 간의(簡儀) 등 당시 사용되던 각종 천문 관측 기구의 구조와 사용법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제가역상집은 단순히 기존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학설 중 가장 정확하고 합리적인 것을 채택하여 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이슬람 천문학의 영향을 받은 서역의 계산법까지 참고함으로써 당시 동아시아에서 도달할 수 있었던 최고 수준의 천문 지식을 종합하였다. 이는 조선이 중국의 역법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천체 관측과 시간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과학적 실력을 갖추었음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 책의 완성은 이후 '칠정산 내편'과 '외편'의 편찬으로 이어져 조선의 독자적인 역법 체계가 완성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제가역상집은 조선 전기 과학사를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사료로 인정받으며, 당시 한국인의 우수한 과학적 사고와 정밀한 탐구 정신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