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에메라스(Ash Emeras)는 니혼 팔콤의 액션 RPG 게임인 《이스(Ys)》 시리즈, 특히 《이스 VI: 나피쉬템의 상자》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지는 가공의 물질이다. 이는 고대 유익인(Eldeen)들이 사용하던 신성한 결정체인 에메라스를 인간의 기술력으로 재현하려고 시도한 끝에 탄생한 인공 에메라스의 일종이다. 천연 에메라스가 지닌 고유의 빛깔과 달리 탁한 회색빛을 띠고 있어 '재(Ash)'라는 명칭이 붙었으며, 유익인의 권능에 도전하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물질로 정의된다.
이 물질은 과거 에레시아 대륙의 고대 문명인 케안 문명의 마도사들과 기술자들에 의해 정제되었다. 본래 에메라스는 유익인의 힘의 근원이자 고도의 마법적 에너지를 담고 있는 결정체이지만, 인간은 그 제조 공정을 완벽하게 복제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인간들은 에메라스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비틀고 재구성하여 재 에메라스를 만들어냈으며, 이를 통해 유익인의 기술에 필적하는 기계 문명을 건설하고 강력한 무구와 도구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재 에메라스는 천연 에메라스에 육박하는 강도와 마력 전도율을 자랑하지만, 치명적인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물질은 외부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증폭시키는 성질이 지나치게 강해, 제어 범위를 벗어날 경우 주변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거나 소유자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재 에메라스는 흔히 '저주받은 물질'로 취급받으며, 고대 문명이 대홍수와 함께 멸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인 기상 제어 장치 '나피쉬템의 상자'의 폭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피쉬템의 상자 내부에는 재 에메라스를 정제하고 이를 활용해 인공 생명체를 제조하는 거대한 설비가 갖춰져 있다. 작중 등장하는 강력한 적들인 '가르만'이나 상자를 수호하는 기계 병기들은 대부분 재 에메라스 기술의 집약체로 볼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검은 방주'와 같은 거대 병기들은 재 에메라스를 동력원으로 삼아 파멸적인 파괴력을 발휘하며, 이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인공적인 힘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 에메라스의 존재는 이스 시리즈 전체의 세계관에서 인간과 신적 존재인 유익인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소재로 기능한다. 유익인이 남긴 백색 에메라스가 조화와 생명을 상징한다면, 인간이 만든 재 에메라스는 정복과 파괴를 상징한다. 비록 케안 문명의 멸망과 함께 제조 기술은 실전되었으나, 그 파편이나 남겨진 유물들은 후대에도 여전히 발견되어 세계를 위협하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이는 기술의 오용이 불러오는 비극과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