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간첩》은 2003년 개봉한 김현정 감독의 한국 영화이다. 한석규, 고소영이 주연을 맡았으며, 남북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특수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첩보원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루고 있다. 1999년 《쉬리》의 성공 이후 한국 영화계에 형성된 남북 소재 첩보물의 흐름 안에 있으나,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를 강조한 블록버스터보다는 인물의 내면 심리와 사실적인 첩보 과정에 초점을 맞춘 스릴러 드라마 장르에 가깝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1980년대로, 동베를린을 통해 남한으로 위장 귀순한 북한 엘리트 정보 장교 림병호(한석규 분)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림병호는 남한 정보기관인 안기부의 신뢰를 얻어 대북 정보 분석관으로 일하게 되지만, 실상은 남한의 핵심 기밀을 북으로 빼돌려야 하는 고정 간첩 임무를 수행한다. 그는 라디오 DJ로 위장해 활동 중인 접선책 윤수미(고소영 분)와 교류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되고, 결국 남과 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 혼란과 위기를 겪게 된다.
제작 당시 이 작품은 한국 영화계 최고의 흥행 배우였던 한석규가 《텔 미 썸딩》 이후 약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당대 톱스타였던 고소영의 캐스팅과 쿠앤필름의 창립 작품이라는 점, 체코 프라하 등지에서의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통한 이국적인 영상미 구현 등으로 인해 2003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다. 영화는 냉전 시대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재현하려 노력했으며, 이념 대립 속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개인의 비극을 진지하게 그려내려 했다.
그러나 개봉 후 대중의 반응과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많은 관객은 《쉬리》와 유사한 첩보 액션물을 기대했으나, 실제 영화는 정적이고 무거운 분위기의 누아르에 가까웠기 때문에 대중적인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비평적 측면에서는 남북한 권력 집단이 체제 유지를 위해 개인을 어떻게 희생시키는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배우들의 연기는 인정받았으나, 서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전개가 다소 지루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흥행 참패를 기록하며 한석규의 슬럼프가 시작된 작품으로 회자되기도 하지만, 1980년대 시대적 공기를 포착하려 했던 시도와 주제 의식은 재평가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