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권

이은권(李殷權, 1922년 ~ 2014년)은 대한민국의 국악인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의 예능보유자였다. 그는 평생을 경기민요의 보존과 대중화에 헌신하며 한국 전통 예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탁월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경기민요의 현대적 전성기를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은권은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1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소리를 배우기 시작하여 최경식 등 당대 최고의 스승들로부터 경기소리를 사사했다. 그는 전통적인 창법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가미하여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민요의 형태를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그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는 전통 민요의 보급뿐만 아니라, '산불고'와 같은 창작곡을 통해 민요의 영역을 확장한 점이다. 특히 경기민요의 정수로 꼽히는 '노랫가락', '창부타령' 등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독보적인 경지에 올랐다. 그의 소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고단한 삶을 살던 민중들에게 큰 정서적 위안을 주었으며, 라디오와 음반 등 근대 매체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교육자이자 전승자로서의 활동 또한 활발히 전개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국악 연구소를 설립하여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으며, 이를 통해 경기민요의 전승 체계를 확립하고 후학들이 체계적으로 전통 소리를 학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되었으며, 보관문화훈장 등 다수의 훈장과 상을 수상하며 국악계의 거목으로 존경받았다.

2014년 향년 92세로 타계하기 전까지 그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소리를 이어가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그의 삶은 한국 근현대 국악사의 흐름을 관통하며 전통의 고수와 현대적 변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여정이었다. 오늘날 그가 남긴 방대한 음원과 기록물들은 경기민요 연구와 전승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