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계경(易契經)은 대한제국기의 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해학(海鶴) 이기(李沂)가 저술한 철학적 역사서이다. 이 책은 구한말 국운이 쇠락해가는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가의 자립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집필되었다. 저자인 이기는 주역(周易)의 원리를 바탕으로 세계 정세와 한반도의 운명을 해석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국가 경영의 지침을 제시하였다.
이 저작의 핵심은 '역(易)'의 원리를 인문사회적 현상에 적용한 데 있다. 이기는 전통적인 역학 체계를 계승하면서도 이를 단순한 점술이나 관념적 형이상학에 가두지 않았다. 그는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반도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의 법칙인 '역'을 통해 민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철학적으로 규명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는 당시 유입되던 서구 근대 사상과 전통 유학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역계경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가의 기원과 변천, 그리고 사회 제도의 개혁 방안을 포괄한다. 이기는 인류 역사의 흐름을 성쇠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도덕적 가치와 실질적인 국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국가가 존속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교육과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백성들이 깨어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이는 당시 지식인 사회에서 자강(自强) 운동의 이론적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하였다.
이 문헌은 한국 근대 사상사에서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저술로 분류된다. 이기는 단군으로부터 이어져 온 민족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외세의 침탈에 맞서기 위한 내적 결속력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역계경에 나타난 그의 사상은 이후 신채호, 박은식 등 민족주의 사학자들에게도 사상적 영감을 주었으며, 한국 근대 철학이 태동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가교 역할을 수행하였다.
현재 역계경은 해학 이기의 유고를 모은 '해학유서(海鶴遺書)' 등에 수록되어 전해진다. 이 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한국 지식인들이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고뇌를 거쳤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이다. 비록 당시의 복잡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현실적인 개혁안으로 모두 실현되지는 못했으나, 한국 고유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근대성을 모색하려 했던 지적 분투의 산물이라는 점에 역사적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