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스(월드 오브 다크니스)

아피스(Apis)는 TRPG 시스템인 '월드 오브 다크니스(World of Darkness)' 연대기, 그중에서도 '워울프: 디 아포칼립스(Werewolf: The Apocalypse)'에 등장하는 변신족(Changing Breeds) 중 하나다. 소로 변신하는 능력을 지닌 수우인(Werebull)인 이들은 가이아에 의해 창조된 변신족들 사이에서 '중매인(Matchmakers)'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아피스는 단순히 육체적인 힘을 상징하는 존재가 아니라, 대지의 풍요와 번영, 그리고 서로 다른 변신족들 간의 조화와 혈통 보존을 돕는 영적인 매개자였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온화하고 인내심이 강한 성품을 지녔으며, 고대 농경 사회와 깊은 유대감을 맺고 활동했다. 아피스의 주요 임무는 가이아의 자손들이 건강한 후손을 남길 수 있도록 적절한 짝을 찾아주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피스는 모든 변신족의 혈통과 족보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대지의 에너지를 다루어 농작물의 수확을 풍성하게 하고 가축의 번식을 돕는 등 생명력의 순환을 관장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아피스는 가루(Garou, 늑대인간)들이 주도한 제1차 '분노의 전쟁(War of Rage)' 시기에 멸종하는 비극을 맞이했다. 가이아의 지배권을 독점하려던 가루들은 다른 변신족들을 위협으로 간주하여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전투적 성향이 낮고 평화주의적이었던 아피스는 가루들의 광기 어린 학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전멸은 단순히 한 종족의 사라짐을 넘어, 변신족들 사이의 영적 연결고리와 유전적 지혜가 끊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대의 월드 오브 다크니스 설정에서 아피스는 공식적으로 '잃어버린 부족(Lost Breeds)'으로 분류된다. 아피스가 사라진 이후 가이아의 세계는 급격한 생태계 불균형과 생명력의 쇠퇴를 겪게 되었다고 묘사된다. 가루 부족들 사이에서는 과거 조상들이 저지른 만행 중 가장 뼈아픈 실책 중 하나로 아피스의 멸종을 꼽기도 한다. 아피스의 부재는 가이아가 와일드(Wyld), 위버(Weaver), 웜(Wyrm)의 삼두정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몰락해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게임 내적인 측면에서 아피스는 직접적인 플레이어 캐릭터보다는 과거의 신화나 잃어버린 지식을 찾는 퀘스트의 소재로 자주 활용된다. 일부 설정이나 외전격 시나리오에서는 이들의 영혼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음을 암시하거나, 아주 희귀한 확률로 아피스의 혈통이 발현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한다. 아피스는 월드 오브 다크니스 특유의 암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상징하는 존재로서, 화합과 풍요가 사라진 시대를 반추하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