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개봉한 폴 슈레이더 감독의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현대 영화 음악사에서 전자 음악의 도입을 상징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앨범은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조르조 모로더(Giorgio Moroder)가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신시사이저를 기반으로 한 유로 디스크(Euro-disco) 사운드를 주류 영화 음악에 안착시켰다. 영화의 세련된 영상미와 조르조 모로더의 감각적인 음악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1980년대 초반 대중문화의 감성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앨범의 가장 대표적인 수록곡은 미국의 뉴웨이브 밴드 블론디(Blondie)가 가창한 주제곡 〈Call Me〉이다. 조르조 모로더는 당초 플리트우드 맥의 스티비 닉스에게 주제가 작업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후, 블론디의 리드 싱어 데비 해리에게 협업을 요청했다. 데비 해리는 영화의 초안 장면을 보고 영감을 얻어 가사를 작성했으며, 완성된 곡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6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 곡은 1980년 빌보드 연말 결산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그해 최고의 히트곡으로 기록되었다.
사운드트랙 전반은 조르조 모로더 특유의 정교한 신시사이저 운용과 리듬감이 지배한다. 이는 영화의 주인공인 줄리언 케이(리처드 기어 분)의 화려하지만 고독한 도시적 삶을 청각적으로 시각화하는 역할을 한다. 앨범은 가창곡 외에도 다수의 연주곡으로 채워져 있는데, 조르조 모로더는 기계적인 비트와 차가운 음색을 활용하여 도시의 소외감과 세련미를 동시에 표현했다. 이러한 시도는 오케스트라 중심의 전통적인 영화 음악 제작 방식에서 벗어난 혁신적인 접근으로 간주된다.
앨범에는 블론디의 곡 외에도 셰릴 반스(Cheryl Barnes)가 부른 〈Love and Passion〉과 같은 보컬 트랙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Night Drive〉와 같은 연주곡은 영화 속 드라이브 장면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극대화하며 모로더식 전자 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들 곡은 영화의 전개에 따라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단순한 배경 음악을 넘어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기능했다.
《아메리칸 지골로》 사운드트랙은 제3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음악상과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며 상업적 성공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이 앨범의 성공은 이후 영화 산업에서 전자 음악 작곡가들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1980년대 팝 음악 사운드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패션과 영상, 음악이 결합된 토털 스타일링의 선구적 사례로 평가받으며 오늘날까지도 시대를 앞서간 명반으로 회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