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히노케라톱스(Arrhinoceratops)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 약 7,200만 년 전에서 6,800만 년 전 사이인 마스트리히트절 초기에 북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했던 각룡류 공룡이다. 학명은 고대 그리스어로 '코뿔이 없는 얼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분류학적으로는 조반목 각룡하목 케라톱스과 카스모사우루스아과에 속하며, 캐나다 앨버타주의 호스슈 캐니언 층(Horseshoe Canyon Formation)에서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 공룡의 학명은 명명 당시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명하다. 1925년 윌리엄 파크스(William Parks)가 이 공룡을 처음 기재할 당시, 발견된 두개골 화석의 코뼈 부분이 손상되어 있어 코뿔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러한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후속 연구를 통해 아르히노케라톱스 역시 짧고 뭉툭한 형태의 코뿔을 가지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눈 위에는 쌍을 이루는 길고 날카로운 뿔이 앞쪽을 향해 뻗어 있어, 전형적인 카스모사우루스아과 공룡의 특징을 보여준다.
아르히노케라톱스의 두개골 뒤쪽에는 매우 발달된 프릴(frill)이 존재한다. 이 프릴은 사각형에 가까운 넓은 형태를 띠고 있으며, 내부에는 무게를 줄이기 위한 거대한 구멍인 '두정골 창'이 뚫려 있다. 프릴의 가장자리에는 작은 뼈 돌기들이 장식처럼 붙어 있는데, 이는 개체 간의 식별이나 이성을 유혹하는 과시용, 혹은 천적에 대한 위협용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인 몸길이는 약 6m, 체중은 2~4톤에 달했을 것으로 보이며 튼튼한 네 다리로 보행했다.
식생과 생활 방식은 다른 각룡류와 유사하게 4족 보행을 하는 초식성 동물이었다. 강한 턱 근육과 앵무새의 부리를 닮은 입, 그리고 입 안쪽에 촘촘히 박힌 치열(dental battery)을 이용하여 당시 번성했던 양치류나 소철류, 침엽수 등 거친 식물을 효율적으로 뜯어 먹고 소화했을 것이다. 아르히노케라톱스는 안킬로케라톱스와 같은 지층에서 발견되었으나, 서식 환경이나 시기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진화학적 관점에서 아르히노케라톱스는 카스모사우루스아과의 진화사를 연결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해부학적 특징을 분석했을 때, 이들은 훗날 등장하는 토로사우루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거나 조상격인 위치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백악기 최후기의 대표적인 각룡류인 트리케라톱스가 등장하기 직전의 시기에 번성했던 공룡으로서, 아르히노케라톱스는 북아메리카 각룡류의 다양성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화석 증거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