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수잔(Adam Susan)은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의 그래픽 노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에 등장하는 주요 적대자이자 영국을 지배하는 독재자이다. 그는 제3차 세계 대전 이후의 혼란을 틈타 정권을 잡은 파시스트 정당 노스파이어(Norsefire)의 당수이며, 국가의 모든 권력을 손에 쥔 '리더'로 군림한다. 작품 속에서 그는 극단적인 질서와 통제를 지향하며, 인종 청소와 탄압을 통해 순수한 영국인만의 국가를 건설하려 한 인물로 묘사된다.
수잔은 전형적인 권력형 독재자와는 차별화된 내면 세계를 지니고 있다. 그는 물질적인 탐욕이나 육체적인 쾌락에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질서'라는 추상적인 가치에만 집착하는 금욕적인 인물이다. 그는 인간의 감정과 변덕을 사회의 악으로 간주하며, 모든 국민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완벽한 기계와 같은 사회를 꿈꾼다. 이러한 고립된 성향 때문에 그는 타인과 대면하기를 꺼리고 자신만의 집무실에 은둔하며 국가를 통치한다.
그의 통치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운명(Fate)'이라 불리는 거대 슈퍼컴퓨터와의 관계이다. 수잔은 운명 컴퓨터가 제공하는 방대한 데이터와 통계 수치를 신봉하며, 이를 통해 국가의 모든 행정 및 감시 업무를 수행한다. 그는 이 기계에 대해 단순한 도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며, 심지어는 종교적인 숭배나 연인에 대한 애정과 유사한 심리적 유대감을 보인다. 그에게 있어 운명 컴퓨터는 완벽한 질서의 상징이자 자신의 의지를 실현해주는 유일한 동반자이다.
아담 수잔이 이끄는 노스파이어 정권은 '눈(감시 카메라)', '귀(도청)', '입(선전)', '코(조사)', '손가락(비밀 경찰)'이라는 조직 체계를 통해 시민들을 철저히 감시한다. 수잔은 이러한 감시망이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의 안정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믿는다. 그는 스스로를 국가라는 거대한 유기체를 관리하는 머리로 생각하며, 자신의 통치 아래 모든 부품이 제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국가가 완성된다고 확신한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주인공 브이(V)의 공작으로 인해 운명 컴퓨터가 조작되고 마비되자, 수잔은 정신적 지주를 잃고 극심한 공황 상태에 빠진다.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보며 무력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과거 정권에 의해 남편을 잃었던 로즈 알몬드에게 암살당하며 생을 마감한다. 그의 죽음은 그가 세운 철권통치의 종말과 함께 영국 사회가 다시 혼란과 자유의 시대로 접어드는 전환점이 된다. 영화판에서는 '아담 서틀러'라는 이름으로 각색되었으나, 원작의 아담 수잔이 보여준 기계에 대한 집착과 고독한 내면 묘사는 원작만의 고유한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