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Siren)'은 1991년에 제작된 일본의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으로, 테라시마 유즈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SF 판타지 장르이며, 인류와 인어라는 이질적인 존재 간의 교감과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총 1화 구성의 단편 OVA로 발매되었으며, 당시 급성장하던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의 고품질 작화 실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작품의 감독은 요시모토 킨지가 맡았고, 캐릭터 디자인은 우루시하라 사토시가 담당했다. 우루시하라 사토시 특유의 세밀하고 유려한 선 처리가 돋보이며, 특히 여성 캐릭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작풍이 이 작품의 주요 감상 포인트로 꼽힌다. 90년대 초반 특유의 화려한 셀 애니메이션 기법이 총동원되어 해저 세계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밀도 있게 표현했다.
줄거리는 해상 도시에서 살아가는 소년이 신비로운 소녀 '세이렌'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세이렌은 전설 속에서 선원들을 유혹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괴물이 아니라, 고대 문명의 비밀을 간직한 순수하고 고귀한 존재로 재해석되었다. 그녀를 포획하여 이용하려는 군 세력과 그녀를 지키려는 주인공의 사투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세이렌'은 음악적인 요소에서도 공을 들인 작품이다. 제목에 걸맞게 극 중 세이렌의 노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며, 서정적이면서도 애잔한 선율의 OST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청각적으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애니메이션은 상업적으로 거대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우루시하라 사토시의 팬들과 고전 OVA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이 추구했던 장인 정신과 독창적인 세계관 구성이 잘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인어라는 소재를 SF와 결합한 독특한 시도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