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들렉 납골당(Sedlec Ossuary)은 체코 쿠트나호라의 세들렉에 위치한 로마 가톨릭 소성당으로, 성모 마리아 탄생 성당의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약 4만 명에서 7만 명에 이르는 인간의 유골로 내부가 장식된 것으로 유명하며, '해골 성당'이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쿠트나호라 역사 지구의 일부인 이 납골당은 기괴하면서도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매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장소가 공동묘지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278년 세들렉 시토회 수도원의 원장이었던 헨리가 보헤미아의 왕 오타카르 2세의 명을 받아 예루살렘 성지로 파견되었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골고다 언덕의 흙을 한 줌 가져와 수도원 묘지에 뿌렸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곳은 성스러운 땅으로 간주되었다. 이후 보헤미아 전역뿐만 아니라 중유럽 각지의 사람들이 이곳에 묻히기를 희망하게 되면서 묘지의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14세기 중반 유럽을 휩쓴 흑사병과 15세기 초의 후스 전쟁은 사망자의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수천 명의 시신이 한꺼번에 매장되면서 기존 묘지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1511년경 한 눈먼 수도사가 묘지에서 파낸 뼈들을 성당 지하 납골당에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 납골당에 보관된 유골들의 시초가 되었으며, 이후 수세기 동안 유골들은 단순히 쌓여 있는 상태로 방치되었다.
현재와 같은 독특한 내부 장식이 완성된 것은 1870년의 일이다. 당시 이 지역을 매입한 슈바르첸베르크(Schwarzenberg) 가문은 목조각가 프란티셰크 린트(František Rint)를 고용하여 무질서하게 쌓여 있던 뼈들을 정리하고 장식하도록 했다. 린트는 해골과 뼈를 세척하고 소독한 뒤, 이를 재료 삼아 성당의 가구와 장식물을 제작했다. 성당 중앙의 거대한 샹들리에는 인체의 모든 뼈가 최소 한 번씩 사용된 것으로 유명하며, 슈바르첸베르크 가문의 문장과 린트 자신의 서명 또한 인간의 뼈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세들렉 납골당의 유골 장식은 죽음을 기억하고 삶의 허무함을 되새기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죽음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육체는 소멸하되 영혼은 신에게 향한다는 중세 기독교적 내세관을 반영하고 있다. 네 귀퉁이에 쌓인 거대한 해골 피라미드와 정교한 유골 장식품들은 관람객들에게 공포보다는 생명의 유한함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종교적 상징물로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