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야〉는 1986년에 제작된 이두용 감독의 작품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당시 수교 전이었던 구소련 지역에서 현지 로케이션을 감행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과 그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삶을 다룬 드라마이다. 냉전 체제가 유지되던 시기에 공산권 국가인 소련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는 점은 당시 한국 영화계에서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작품의 줄거리는 실향민의 딸인 주인공이 헤어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머나먼 타국인 소련으로 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버지가 소련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접한 주인공은 온갖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중앙아시아와 알래스카를 넘나드는 여정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고뇌와 가족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은 분단 국가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작 측면에서 〈백야〉는 기술적 진보를 보여준 작품이다. 중앙아시아의 광활한 대지와 설원의 풍광을 담아낸 영상미는 당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시각적 웅장함을 제공했다. 이두용 감독은 사실적인 연출을 통해 이국적인 배경 속에 녹아든 인물의 비극을 극대화했으며, 이는 관객들에게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선 묵직한 감동을 전달하는 요소가 되었다.
배우 이혜숙은 주인공 역을 맡아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는 당시의 반공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일부 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념보다 우선하는 가족애와 인간적인 고뇌를 보편적인 정서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백야〉는 1980년대 한국 영화가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로 제작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중요한 사례로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