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랑은 털의 색이 흰색인 이리를 통칭하는 말이다. 생물학적으로는 북극 제도와 그린란드 북부에 서식하는 북극늑대(Arctic Wolf)를 주로 지칭하며, 드물게 돌연변이인 알비노나 루시즘 현상으로 인해 흰 털을 갖게 된 개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북극늑대는 혹독한 추위와 눈으로 덮인 척박한 환경에서 몸을 숨기기 위해 보호색인 하얀 털을 지니도록 진화했으며, 다른 늑대 종에 비해 귀가 작고 코가 짧아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신체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동양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백랑은 신비롭고 상서로운 영물로 여겨져 왔다. 고대 중국의 기록이나 한국의 민담 등에서 흰색 동물은 하늘의 뜻을 전하는 사자나 길조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백랑의 출현은 덕이 높은 군주가 통치하는 태평성대의 징조로 해석되기도 했으며, 산신(山神)의 부림을 받는 신성한 짐승으로 숭배받기도 했다. 이는 늑대가 가진 강인한 이미지에 흰색이 부여하는 신성함이 결합하여 형성된 문화적 인식이다.
중앙아시아와 북방 유목 민족의 역사에서 백랑은 민족의 기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토템적 상징이다. 튀르크 및 몽골계 민족의 건국 설화에는 늑대가 조상으로 등장하거나 위기에 처한 민족을 인도하는 역할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흰색이나 푸른색 빛을 띤 늑대는 천상의 기운을 받은 고귀한 존재로 추앙받았으며, 이는 유목 민족의 용맹함과 공동체 의식을 결합하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수행했다.
현대 대중문화와 문학에서 백랑은 고독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캐릭터의 모티프로 빈번하게 활용된다. 판타지 소설,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서 백랑은 주로 평범한 무리와는 차별화되는 압도적인 힘을 가졌거나 신비로운 운명을 지닌 인물을 상징한다. 눈 위를 달리는 강인한 생명력과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적 면모는 현대적 서사 속에서 정의로운 영웅 혹은 고귀한 혈통의 상징으로 재해석되어 대중에게 각인되었다.
언어학적 및 지리적으로도 백랑이라는 명칭은 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과거 중국 요서 지역에 존재했던 백랑산이나 그 인근의 지명은 해당 지역의 지형이나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깊다. 이처럼 백랑은 단순한 야생 동물을 넘어 역사, 신화, 문화를 관통하며 강인함, 순수함, 그리고 신성함이라는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상징물로 존재하고 있다.